이상민 육탄공격에 LG 움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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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초창기부터 '날쌘돌이'라는 별명으로 농구계를 휘저은 KCC 포인트 가드 이상민(33)의 빠른 몸놀림도 이젠 과거의 이야기다. 출장시간도 경기당 30분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상민의 노련함은 고비 때마다 비수처럼 상대 수비의 허점을 파고든다.

지난 23일 전주에서 열린 KCC-LG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LG가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수비가 좋은 박규헌을 내주면서 모비스에서 데려온 전형수(15점)는 경기 초반부터 특기인 드라이브인 슛을 앞세워 KCC 수비진을 교란했다.

1쿼터에 3점슛 두 개를 포함해 8점을 올린 전형수는 3쿼터 시작하자마자 골밑돌파로 45-40을 만들었다. 전형수의 빠르기가 이상민을 압도한 것이다.

그러나 전형수의 돋보이던 활약은 3쿼터 3분쯤 종적을 감췄다. 속공 패스를 받아 드라이브인 슛을 하던 전형수는 몸을 날리며 자신을 덮쳐 온 이상민의 육탄 공세를 받고 코트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자유투 두개 중 한개만 성공시킨 전형수는 이후 자신감을 잃고 몸 사리는 플레이를 했다. 다양하던 LG의 공격 루트는 빅터 토마스(33점)에게 쏠리면서 패전의 밀미가 됐다.

이상민은 전형수와 충돌한 이후 오히려 훨훨 날았다. 그의 손을 떠난 컴퓨터 패스는 조성원과 추승균에게 연결되면서 KCC는 3쿼터에만 무려 6개의 3점슛을 터뜨려 95-91로 역전승을 거두는 원동력이 됐다.

KCC 신선우 감독은 "전반전이 끝난 뒤 (이)상민이에게 '너 지금 올스타전 수비를 하는 거냐'고 질타했다. 결국 3쿼터부터 상민이가 전형수를 꼼짝 못하게 묶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상민은 LG와의 1, 2차전에서 모두 끝까지 뛰지 못했다. 팀 공격을 조율하면서도 영원한 라이벌 강동희와 전형수를 번갈아가며 상대하다 보니 파울이 잦아졌고, 경기 종반 5반칙으로 벤치로 물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우 감독이 이상민에게 거친 수비를 강력히 주문한 것은 노련미로 패기를 제압하려는 특급 전술이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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