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이태백, 사장님으로 부활하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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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취업난을 창업으로 정면 돌파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면서 이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다양한 청년 창업에 대해 살펴본다.

◇불투명한 취업보다는=학사장교 출신인 김건영(30)씨는 전역한 지난해 7월 취업과 창업의 기로에 섰다. “몇 회사로부터 취업 제의를 받았지만 꽉 짜인 조직생활보다는 나만의 인생을 선택했죠.” 그는 많은 경험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아이스크림 점포를 하기로 결정했다.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커피·와플을 함께 판매하고 카페형으로 매장을 운영하면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젤라토 아이스크림 카페 ‘카페띠아모’ 인덕대점을 열어 월평균 1500만원 매출에 5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낸다.

청주 서원대 후문에서 멀티플렉스 치킨전문점 ‘리치리치’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명(28)씨는 창업 6개월 된 초짜 사장이다. 지난해 2월 대학 졸업 후 몇몇 회사에 이력서를 넣으며 취직 준비를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는 “취직 준비하는 시간을 차라리 내 사업에 투자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학가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업종을 찾았다. 학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종목으로 선택한 것이 치킨전문점. 그는 “아직 취업을 못한 친구들을 보면 내가 잘 판단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 전공 살려 창업=사업 준비에 밀려 자칫 담을 쌓아버릴 수 있는 대학 전공은 성공의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원석주얼리전문점 ‘프시케’ 코엑스점을 연 차옥진(28·여)씨는 연극영화학을 전공했다. 자연스레 보석과 액세서리 치장법도 배웠다. 졸업 2년이 지나도록 고정된 직장을 잡지 못한 그는 팬시멀티숍에 작은 점포 하나를 세냈다. “무조건 비싼 물건보다는 대학 때부터 배워왔던 코디네이팅 방법을 이용해 손님에게 잘 어울리는 물건을 추천했더니 입소문을 탔어요.” 16.5 의 작은 매장이지만 매출은 월평균 1500만원 정도다.

신지엽(29)씨는 전공을 선택할 때부터 창업을 고려했다. 조리학과에 다니며 각종 요리를 배웠다. 한식·양식 등 많은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가 선택한 아이템은 치킨전문점. 그는 3000만원으로 지난해 12월 ‘치킨쇼’ 본사로부터 경기도 시흥의 82.5 직영매장을 넘겨받았다. 그는 “초보 창업이라면 검증된 매장을 인수하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금 마련할 길은 다양=창업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큰 장벽은 자금이다. ‘웰코트코리아’ 광명 시흥점을 운영하는 이주만(27)씨는 음대생이었다. 새집 증후군을 겪어 본 그는 환경문제와 관련한 사업이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 연주회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금을 모았지만 역부족.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갖가지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2006년 투자비 1800만원이 모이자 광촉매 코팅 시공사업을 시작했다. 무점포 창업이었다. 매출은 월 1000만원 정도. 창업 여섯 달 만에 투자비를 뽑고 승합차까지 구입했다. 1년 만에 복학해 올 2월 졸업장도 받았다. 그는 “10여 곳이 넘는 시공업체를 두고 인지도와 수익성을 꼼꼼히 비교했다”고 말했다.

리치리치를 운영하는 이재명씨에게는 정부의 창업지원자금이 큰 도움이 됐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씨는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찾아 3000만원을 융자받았다. 카페띠아모 운영자 김건영씨는 “프랜차이즈 점포를 내려면 되도록 많은 가맹점주들을 찾아다니며 사업 전망과 자금 마련 방법을 의논해 보라”고 권했다. 그는 발품을 판 덕분에 본사로부터 무이자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부모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이들도 있다. 경기도 성남시 모란역 근처에서 퓨전요리주점 ‘마찌마찌’를 운영하는 홍우석(29)씨는 2004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부모의 부름을 받았다. “몸이 안 좋으니 가게를 대신 맡아보라”는 것이었다. 2년이 지나자 그는 자신의 점포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자금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솔직하게 부모님께 ‘저에게 투자하시라’고 권했죠.” 부모도 불확실한 취직보다는 창업을 선택한 아들을 적극 지원했다. 홍씨는 현재 월 3500만원 정도 순이익을 올리는 사장이 됐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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