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더이상 솜방망이 아니다"…코스닥 기업 줄줄이 퇴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증권시장은 24일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결정이 내려진 기업이 14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기한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기업 수 등을 감안할 때 이달 중 퇴출기업 수는 20개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현재 감사보고서를 제때 못낸 기업이 19개, 퇴출사유의 하나인 자본 전액잠식 상태에서 벗어날지 여부가 불투명한 기업이 5개에 달한다. 거래소 상장기업인 영풍산업과 한국코아도 감사의견거절로 퇴출절차가 진행 중이다.

◇깐깐해진 회계감사=삼일회계법인은 지난 20일 엔플렉스에 대해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회사의 내부통제제도 및 회계기록 부실로 금액이 정확한지, 자산이 실재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이유였다. 인일회계법인은 이달 초 씨모스에 대해 "회사는 신규사업 진출을 모색 중에 있으나 실현 가능성과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가능성이 극히 불확실하다"면서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2001년엔 한건도 없었던 감사의견거절이 올해는 벌써 14곳이나 생겼다. 감사의견거절은 회계사가 감사의견을 내는 데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중대한 사항이 있어 감사인이 의견을 낼 수 없다는 의미다. 이처럼 감사의견거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집단소송제 시행 등을 앞두고 회계법인들의 감사가 전례 없이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황인태 전문위원은 "사회적으로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추궁이 엄격해지면서 회계법인 내부의 규율도 강화됐다"면서 "회계사들은 부실감사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실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위원회 조휘식 등록관리팀장은 "회계부정에 대한 감독과 제재가 강화되면서 회계법인들이 기업 재무제표를 엄격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많은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부실한 기업의 경우 자금 융통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그동안의 분식을 메우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감사의견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어떻게 할까=퇴출 결정이 내려진 기업들은 7일간의 정리매매기간을 거쳐 등록이 취소된다. 정리매매는 투자자로선 시장에서 매매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주가엔 가격제한폭도 없고, 매매는 동시호가 방식으로 이뤄진다.

굿모닝신한증권 朴연구원은 "일부 퇴출기업의 경우 숨겨진 자산이 있다거나 배당금이 많을 것이란 루머가 돌 수 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며 "투자자들은 정리매매 기간 중 가급적 빨리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퇴출된 기업의 경우 제도적으로는 시장 재진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지만 진입 문턱이 퇴출 문턱보다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하면 퇴출됐다가 재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