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장품 할인판매 안한다-업계,일부제품 유통망 따로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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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에누리 없는」화장품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화장품은 의류처럼할인폭이 적게는 20%에서 심지어 80%까지 될정도로 값을 깎아주는 관행이 가장 심한 상품중 하나다.의류의 경우 그러나 최근 구찌.발렌티노.베네통 등 지명도가 높은 외국 제품들이 중심이 돼 백화점 바겐세일에 합류하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콧대도 높이면서 값도 비싸게 받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국내 화장품 시장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화장품은 별개의 체인점을 설치하거나 기존 매장에서취급하더라도 진열장은 별도로 두는 것이 특징으로,이렇게 되면 화장품 유통경로가 2원화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LG화학의 경우 9일부터 시판에 나선 여성용 화장품 「이자녹스」와 남성용 화장품 「장드비엥」의 유통경로를 기존 유통망과는별개로 만들고 철저한 가격관리로 과도한 할인을 막기로 했다.또이자녹스 화장품만 따로 취급하는 대리점을 개설 했으며 현재 2만여개에 달하는 화장품 전문점중 2천여개를 이자녹스 체인점으로확보했다.기존 대리점에서도 이자녹스 진열장을 별도로 설치해 점주들에게 제값을 받도록 하는 교육을 끝냈다.이자녹스 화장품은 2만8천원대로 LG화학이 외국 화 장품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제품이다.
에바스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남성용 화장품 「토루소」에 대해철저하게 정찰제를 실시키로 했다.
피어리스는 국내 시장 여건상 현실적으로 정찰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대신 남성용 화장품 「다이나믹스 스페셜」과 여성용화장품 「매직 」등 신제품에 적정 소비자가격을 책정해 소매점에서의 가격할인을 최소화하고 있다.지난달부터 일본 가네보사와 기술제휴해 생산을 시작한 금비 화장품은 수도권일대 3백여군데 화장품 전문점.체인점과 계약,직거래를 통해 정찰판매를 실시중이다. 한불화장품 역시 가격질서 확립을 위해 새로운 판로를 모색중이며 로제화장품은 자사 제품의 할인율이 일정 범위를 넘지 않도록 가격관리중이다.
화장품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아직 시작 단계에 지나지 않으나가격및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일단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하지만 유통경로의 2중구조가 가져올 문제점도 만만찮을것으로 예상된다.할인판매를 실시하는 제품은 무 조건 「싸구려」란 인식이 확산돼 고가 제품들이 새로운 매장을 통해 쏟아져 나올 경우 소비자부담만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 유통 전문가들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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