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바라보는 미국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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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 탄핵 정국에 대해 미국의 관심도 크다.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지난 23일 열린 '한국의 민주주의와 외교정책'세미나에서 한.미 양국 전문가들은 탄핵의미와 盧정권의 성격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조기숙(정치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조 발제에서 "한국 야당들은 대통령을 탄핵해도 지지를 받을 것으로 봤지만 오산이었다"며 "한국의 권력은 기득권층에서 시민계급으로 이동 중이며,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과 보수층은 盧대통령의 '실정(失政)'을 부각시키지만 1년밖에 안된 재임기간과 경제지표 등을 보면 이는 잘못된 평가"라며 "盧대통령이 총선 승리에 이어 개혁을 완수한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 아시아재단 서울사무소의 스콧 스나이더 대표는 "탄핵은 한국 헌정사의 중요 실험이지만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 벌어지는 시위들은 동원정치로 보인다"며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수용하면 盧대통령 지지자들이 받아들이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그 뒤 盧정권은 더욱 악화된 국내 이데올로기 균열을 치유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는 "대통령의 사과 거부를 이유로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한 것은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한국엔 사회혁명이 진행 중이지만 갈등을 해소할 타협의 전통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재 브라운대 교수(정치학)는 "盧대통령은 린든 존슨.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처럼 '능동적-부정적(active but negative)'대통령형에 속한다"며 "盧대통령은 정책집행에서 능동적이었지만 (언론의 비판 등에 대한)반응에선 오만하다는 느낌을 줄 만큼 부정적인 인상을 줬고 이런 통치스타일이 위기를 가중시켰다"고 진단했다.

세미나는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과 브루킹스 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주미 한국대사관이 후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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