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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오리 우량 종자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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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퍼지면서 닭·오리 종자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유일의 가금류 종자 보존기관인 축산과학원(충남 천안시 성환읍)은 8일부터 36개 가금연구동이 있는 9만9000㎡(3만 평)에 대한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닭·오리 연구자 15명은 연구동 안에서 먹고 잔다. 식사와 옷은 연구동 울타리에 설치된 임시 면회소에서 건네받는다. 또 예전에는 옷을 입은 채로 소독을 하고 연구실에 출입했지만 지금은 알몸 상태에서 살균소독을 한 뒤 연구실에 들어간다. 연구실에서 나온 각종 실험 결과는 e-메일을 통해 가금연구동 외부에 있는 연구원에게 전달된다. 가금 연구와 관련이 없지만 AI가 발생한 농가에서 3㎞ 이내에 사는 직원 12명의 출퇴근도 통제되고 있다.

출입 통제는 축산원에서 4.5㎞ 떨어진 천안시 직산읍 오리농장에서 6일 AI가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축산원에는 12만여 마리의 닭·오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지난달 15년 만에 복원에 성공한 순수 토종닭 3093마리도 포함돼 있다. 가축천연기념물인 오골계 586마리도 보존 대상이다. 달걀을 많이 낳는 장점을 가진 백색레그혼 3249마리, 육질이 좋은 로드아일랜드레드 2774마리를 비롯한 외국 종자도 있다.

보통 시중에서 살 수 있는 닭은 순수 혈통의 닭을 서로 교배해 장점을 살린 4대손에 해당하는 닭이다. 순수 혈통의 닭 한 마리는 시중에 판매하는 닭 1만 마리의 조상 노릇을 한다. 국가마다 순수 종자는 철저히 보호하기 때문에 2대, 3대에 해당하는 원종계와 종계만 다른 나라에서 사올 수 있다. 순수 혈통 닭이 사라지면 국내 닭·오리 사육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다.

일부 닭·오리와 종란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미 피난을 갔다. 축산원은 농가보다 훨씬 관리가 엄격하지만, 가축방역법에 따라 축산원으로부터 3㎞ 안에서 AI가 발생하면 축산원의 가금류도 예외 없이 모두 죽여서 묻어야 하기 때문이다.

축산원은 지난달 10일 9개 종류별로 100마리씩 900마리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축산원 산하 축산생명환경부로 옮겼다. 이런 비상조치 이후에도 계속 AI 발생 지역이 계속 늘어나자 축산원은 16일 닭 종란 1080개를 강원도 평창군 한우시험장으로 옮겼다. 이곳은 대관령 인근이어서 주변에 닭·오리 농장이 거의 없다. 청둥오리 종란 600개도 23일 수원으로 이전했다. 서옥석 가금과장은 “지금도 연간 50만 마리의 원종계·종계를 외국에서 수입한다”며 “현재 있는 순수 혈통의 닭을 지켜내지 못하면 국내 양계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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