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록 음악 프랑스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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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좌파성향이 짙은 록 음악이 프랑스 대중음악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시적인 가사의 비중이 큰 프랑스 샹송의 전통에서 지적이며체제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록 음악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
그 주역들은 도미니크 달캄,마노 솔로,미오세크,실뱅 바노,토마 페르상,장 바르트 등.
이들은 공통적으로 30대초반의 시인이자 작곡자들로서 냉전시대부터 공산주의의 몰락,자본주의의 문제들을 경험한 세대들이다.
이들의 노래들이 좌파성향으로 분류되는 것은 영국.미국으로부터영향받은 상업주의적인 록 음악을 거부하면서도 강렬한 음색에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공격적.풍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노래가 가지는 특유의 스타일은 간결한 음악 구성에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증오.고통.죽음 등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것이다. 프랑스의 이러한 좌파 록음악은 쉬우면서도 절절한 가사를 담은 자크 브렐,간명하면서도 파격적인 음악을 구사한 세르즈 갱스부르 등의 전통아래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좌파 록 음악인들은 샹송의 대가들인 선배들에게 실망과환멸을 표시하며 때로는 불손하기 짝이 없는 내용을 담아 70년대부터 나온 영국 펑크 록의 전통과 맥을 같이 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음악을 보여주는 마노 솔로는 『무대에 서기만 하면 나의 분노가 폭발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루앙지방의 프랑스어교수 출신인 실뱅 바노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발라드 음악의 인상을 주면서도 『날카로운 소리와 극단적 의미의 언어로 노래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들 음악인은 지적.정치적으로 계산된 작품을 내놓기 때문에 막무가내식으로 반항적인 펑크록과는 원천적으로 다르다는 것. 영국 평론가들은 『한동안 부드럽고 맥없는 팝 음악만이 횡행하던 프랑스에도 아일랜드 출신의 「U2」「REM」등 얼터너티브 록 음악의 힘을 획득하게 됐다』고 표현한다.
이들 작품은 셀린.조르주 바타유.장 주네 등 프랑스 작가들을자주 인용하고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장 뤼크 고다르 등의 영화작품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같은 좌파 록 음악의 득세에 대해 『대내외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계속 강경책으로 치닫고 있는 현 우파정권의 사회에서 투쟁과 분노를 표시하는 음악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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