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풍 교훈 얼마나 반영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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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일로 삼풍(三豊)참사 1백일이 됐다.그동안 시설물안전관리등건설환경은 얼마나 개선됐을까.이 사건이 나자 정부와 건설업계는잇따라 부실방지대책을 내놓고 이땅에 다시는 삼풍과 같은 인재(人災)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분당.일산등 5대 신도시의 아파트를 비롯,주요 대중시설물.한강다리등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서울시는 시정(市政)의 우선순위를 안전에 두겠다고 했고,내년도 정부예산도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설현장에서는 크게 개선된 것이 없다는게일반적인 의견이다.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설계.시공.감리의 3분야에서 극히 일부 대형건축물 외에는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건물이 세워지고 있다 는 것이다.이중 설계.감리분야는 거의 개선된 것이 없고,다만 시공분야에 현장근로자들의 책임감은 다소 높아졌다고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부실공사를 감독해야 할 정부나 법을 개정해야 할 국회의 미온적 자세다.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감리전문회사의 책임감리실시나 감리자에게 재시공명령권부여등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안전대책이 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시행 이 보류된 상태다.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민간건축물에 대한 진단결과 안전에문제가 드러난 건축물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직권으로 즉각 사용중지토록 한다는 계획도 잘 진척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부실공사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한 건축법등 5개 법률개정안을 지난 7월 임시국회에 제출했으나 건교위가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처리를 보류하고 있다.개정안은 부실공사에 따른 사망사고등에 대해 현행 5년이하 징역,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서 무기징역 이하,3년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되고 말운명이다.
부실공사를 추방하겠다던 그때의 요란한 다짐이 건설업계의 미온적 태도,국회의 비협조가 겹쳐 한낱 구호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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