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는 왜 소리가게를 차렸을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1호 13면

“소리를 파는 가게 ‘옴(AUM)’입니다. 어떤 소리를 찾으세요?” 아픈 어머니께 들려드릴 소리를 찾으러 온 아들, 사랑에 빠졌던 처음 순간의 소리를 되찾고 싶은 권태기 연인, 우울증에 걸린 주부, 불면증에 시달리는 일 중독 남자 등 소리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의 사연이 각양각색이다. 그러면 네 명의 소리인형이 즉석에서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주고 손님은 그 소리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 돌아간다.

소리연극 ‘옴’(이상범 작·연출)은 조개·돌·나무·철·플라스틱·유리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소리와 음악을 극중 라이브로 들려주며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소리극이라고 하니, 저 유명한 ‘난타’ ‘탭 덕스’ 같은 비언어극이 떠오를 터. 골치 아픈 드라마를 없애고 모두가 웃고 즐길 수 있게 오락 요소를 극대화한 엔터테인먼트 극이다.

하지만 극작가가 소리극을 만든 사연은 조금 다르다. 그는 이런 오락극에 ‘감동’이 빠져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러면서도 설명하는 말, 설득하는 대사로는 전달할 수 없는 사람 사이의 자연스러운 애정, 말 없는 소통을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전할까 생각했다.

소리인형들이 고객이 원하던 소리와 음악을 찾아내 연주하면 손님은 스르르 눈을 감고 마음으로 듣는다. 미처 못한 말, 오해된 말과 말 사이, 침묵 안의 소리, 침묵 넘어 소리의 더 큰 느낌과 진실을 듣는다.

공연·영화·방송에서 활약하는 효과맨, 음향 전문가들에게도 이런 신비한 능력이 있다면 정말 ‘소리가게’를 열어봄이 어떨까.
작가와 배우들이 직접 국내외 여행을 다니며 풍물시장과 골동품상 등에서 민속악기를 비롯한 소리의 재료를 모으고 악기를 제작했다.
6월 1일까지 스튜디오 76. 문의 02-745-0334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