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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씨의 건강을 염려하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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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 19면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하나뿐인 아들 영일은 아이 아빠면서도 철없는 짓을 자주 해 혀를 끌끌 차게 만든다(나는 이제 드라마 인물을 옆집 사람처럼 여기는, 아줌마들의 찜질방 수다 경지에 다다랐다). 그런 영일도 자기 일에는 열심이다. 영일과 그 부친이 종일 드라이클리닝 용제의 독한 냄새를 맡는 것을 생각하면 안쓰럽다.

조동섭의 그린 라이프

세탁소 앞을 지나갈 때, 드라이클리닝 맡겼던 옷을 받았을 때 확 풍기는 냄새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드라이클리닝 용제로 주로 쓰이는 퍼클로로에틸렌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생산·운반·사용 과정에서 공기 중에 분해되면서 독성을 가진 기체로 변하기도 한다(내 친구는 세탁소를 지날 때마다 냄새가 좋다며 코를 킁킁대는데, 어쩌면 환각 작용도 있는 게 아닐까). 세탁소를 이용하는 사람은 가끔 맡는 냄새지만 그곳에서 늘 일해야 하는 ‘엄뿔’ 식구 같은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심각할 수도 있다. 새로운 대안은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드라이클리닝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 자신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올해부터 퍼클로로에틸렌을 사용하는 드라이클리닝 기계의 판매와 리스를 금하고 점차적으로 대안 세탁법 기계로 대체해 2020년에는 퍼클로로에틸렌 기계를 아예 쓰지 않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무색무취한 실리콘의 일종을 주성분으로 한 ‘그린어스’라는 등록상표의 용제를 사용하는 세탁소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규제나 움직임이 없지만 대체 용제를 사용하는 세탁소가 등장한다면 값이 조금 더 들더라도 그곳을 찾아 이용하는 게 좋겠다.

드라이클리닝한 옷은 받자마자 비닐을 벗겨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널어야 한다. 남아 있는 화학성분이 불쾌한 냄새 이상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영일네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가능하면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는다. 반드시 드라이클리닝하라고 표시되어 있는 울 스웨터도 찬물에 샴푸로 손빨래하고 잘 펴서 그늘에 말리는데, 줄거나 망가진 적은 없다.

재킷은 입고 난 뒤 옷솔로 먼지를 털고 걸어두면 몇 년 동안 특별한 세탁 없이도 깨끗하다. 또 이건 정장을 꼭 해야 하는 사람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옷을 살 때 세탁기로 빨아서 탁탁 털어 말리는 것으로 손질이 끝날 옷인지를 꼭 살핀다. 전기 다리미 또한 공연히 전력과 수고만 낭비하게 만드는 물건이니까.


글쓴이 조동섭씨는 번역과 출판 기획을 하는 한편 문화평론가로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 친환경주의자로서의 싱글남 라이프스타일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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