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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CEO 애마, 에쿠스 대열에 외제차가 끼어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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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그래도 대기업들은 아직 사회의 여러 가지 시선을 의식한다. 그래서 에쿠스로 대표되는 국산 세단이 주류를 이룬다. 다르다면 배기량 정도다. 대(對)정부 업무를 중시하는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은행·보험·증권 등 보수색이 여전한 금융업계도 에쿠스와 체어맨(쌍용자동차) 일색이다. 젊은 증권그룹인 미래에셋 정도가 조금 다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과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주중엔 에쿠스를 타지만 주말에는 렉서스 SUV인 RX330을 이용한다.

재계 서열이 중간 아래로 내려오면 차들이 다양해진다. 동양에서 갈라져 나온 오리온그룹의 경우 임원에게도 외제차를 준다. 엔터테인먼트에 주력하는 기업답게 CEO는 최고급 BMW를 타고 상무만 돼도 BMW 5시리즈, 렉서스 ES330이나 비슷한 급의 아우디 가운데 원하는 차를 골라 탈 수 있다. 대기업 중엔 삼성이 국산차만 고집하던 관행을 제일 먼저 깼다. 4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 CEO들의 전용차는 에쿠스나 체어맨이었다. 2005년 초 이런 관행에 변화가 왔다. 국산차만 고집해서는 글로벌 기업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후 윤종용 부회장이 벤츠 S500을 택했다. 이윤우 부회장은 BMW 745를 탄다. 이기태 부회장과 최도석·황창규·이상완 사장은 도요타의 렉서스 LS430 모델로 바꿨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기업 CEO들은 대부분 수입차를 애용한다. 미국계 보안회사인 ADT캡스의 이혁병 사장은 폴크스바겐 페이톤 4.2를, 스웨덴의 상용차회사 스카니아의 셸 오텐그렌 사장은 아우디 A6을 탄다.

이런 변화 덕에 고급 수입 세단은 오너 기업인들만의 ‘애마’ 라는 공식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박동훈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은 “외제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그러워지면서 전문경영인들이 수입차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오너들의 자가용은 대체로 수입차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7억∼8억원을 호가하는 독일 최고급 세단인 마이바흐를 탄다. 오너들이 선호하는 차는 역시 벤츠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S600)과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500), 구본무 LG그룹 회장(S600), 최태원 SK그룹 회장(S600),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S500),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S600) 등이 벤츠 애호가다. GS홀딩스 오너 일가는 BMW를 즐긴다. 허창수 회장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BMW760을 애용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미국 포드의 링컨 콘티넨털을 탄다.

CEO들에겐 전용차가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도 한다. SK네트웍스 정만원 사장은 일본 닛산의 인피니티 Q45를 탄다. 이 회사가 수입하는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뉴질랜드 키위 재배 회사인 제스프리의 대니얼 매티슨 한국 지사장은 키위를 그린 현대 산타페를 직접 몰고 다닌다.

표재용·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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