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용인군 내사면 사기저마을 金承斗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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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람은 숨쉬는 동물이다.때문에 숨을 쉬는 재질로 만든 공간에살 때 사람은 가장 건강해진다.
삼림욕이 건강에 좋은 것도 나무가 숨을 쉬면서 사람에게 이로운 물질을 내뿜어주기 때문이다.
나무는 죽어서도 숨을 쉰다.
나무의 세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입방㎝당 2백만~2백50만개의 기공(氣孔)이 뚫려 있다.
이 공기구멍을 통해 건물의 안팎 공기가 자연순환하면서 습도.
밀도.온도가 저절로 조절된다.
바깥 공기가 아무리 차거나 더워도 코를 통해 숨을 쉬면 기관지를 거치면서 인체에 적당한 36~37도 수준으로 조절돼 폐로공급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승두(金承斗.71.전직의사)씨가 이곳 용인군내사면의 사기점마을에 터를 잡고 목조주택을 지어 정착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서울 원효로와 여의도에서 20여년간 개업의 생활을 했던金씨는 여의도가 거의 개발된 83년6월 이곳에다 5천평의 임야를 4천만원(평당 8천원)에 사두었다.
76년부터 여의도에 살기 시작했는데 이 무렵 벌써 여의도의 공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던 것이다.
50년생 잣나무가 우거져 있어 삼림욕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땅이었다.
주말마다 이곳에 내려와 바람을 쐬고 올라가다 보니 내려올 때쉴 공간이 필요했다.
그해 11월 3백90평에 대해 산림훼손허가를 받아 7백50만원을 들여 27평의 조립식주택을 지었다.
말이 주택이지 공사장 막사로 쓰이는 허드렛 자재로 만들어 겨우 비나 가릴만 했다.
장마때면 습기가 차 바닥이 젖고 겨울이면 단열이 잘 되지 않아 지내기가 불편했지만 주말산장으로 쓰기에는 참을만 했다.
그렇게 한 5년을 지내왔는데 느닷없이 별장으로 판정받아 2백60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서울에 집이 있으면서 주말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별장이라는 것이었다.
쓴웃음이 나왔지만 생활의 일부가 돼버린 주말산장을 없앨 수는없었다. 그 이전에 매년 2만원씩 내던 건물 재산세를 몇배나 더 내면서 그대로 삼림욕을 즐겼다.
별장세가 아니라 무공해 공기를 마시는 대가로 내는 세금이라고생각했다.
그러던중 아예 이곳으로 집을 옮길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원효로에서 개업할 때 마련했던 대지 32평의 건물이 도로확장으로 헐리게 돼 약 2억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 것이다.「하늘이이곳에다 집지으라고 주는 돈」이라고 생각한 金씨는 마침 인근에서 목조주택을 짓고 있던 대림목조산업(02(579)3848)에건축을 의뢰,1억2천만원(평당 2백70만원)을 들여 45평의 2층 목조주택을 지었다.
94년12월말에 병원을 완전히 정리하고 이곳으로 낙향한지 이제 9개월, 청정의 자연속에서 자연소재로만 지은 집에 살면서 그는 이제 나이를 거꾸로 세고 있다.
10년앞을 미리 내다보고 준비해온 덕분에 이제야 이런 생활을생각하고 있는 친구들보다 최소한 10분의1 비용으로 마음대로 활개치며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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