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일부 공무원 부적절한 시국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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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13만명의 전공노가 23일 오는 4.15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기로 결의해 공무원의 정치 중립 준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공무원법(제65조)은 '공무원이 선거에 있어서 특정정당.특정인의 지지나 반대를 위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법(제9조)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명문화하고 있다.

전공노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공무원의 엄정 중립을 거듭 강조한 가운데 민노당 지지를 결의했다. 김덕봉 총리 공보수석은 이날 "공무원들의 (성명서 발표 등) 행동은 정치행위와 집단행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게 고건 대행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도 이날 전공노.전교조에 "선거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

전공노는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지지 결의를 강행했다.

전공노 관계자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군사정권 때 공무원이 여당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며 "개인의 신념이나 사상의 중립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차원에서 지지 결의를 했을 뿐이며 조합원 개인이 선거운동에 나서지는 않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많은 전공노 대의원은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정치 참여에 앞장서겠다는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대의원이 "특정 정당을 지지할 경우 국민 정서에 어긋나기 때문에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민주노동당 지지를 분명히 밝히지 말고 단순히 진보정당 지지를 결의하자"는 수정안을 냈으나 대세에 밀렸다.

행정자치부는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공노의 지지 결의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도부를 비롯해 적극적으로 가담한 공무원에 대해 소속 부처 장관이나 자치단체장에게 중징계를 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총선을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 논란에 휩싸일 경우 공정한 선거 관리가 어렵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도 탄핵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공노에는 시.군.구 소속 6급 이하 공무원들이 주로 가입하고 있으며 공노총에는 중앙 부처와 시.도 소속 6급 이하 공무원 4만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상우.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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