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려진 '9·11 진실'] "비상령 발동자 부시 아닌 FB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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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테러 직후 군 경계태세를 1973년 중동전 이후 가장 높은 '데프콘 3'로 높인 사람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니라 리처드 마이어스 당시 합참의장 대행이었다."

"테러 발생 직후 딕 체니 부통령은 백악관 벙커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에 대한 위협을 보고받고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복귀하려던 부시 대통령을 다른 곳으로 피신시켰다고 밝혔으나 당시 백악관에 그런 보고를 한 사람은 없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2일 9.11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십명의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9.11에 관해 잘못 알려졌던 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오류는 부시 행정부가 사태에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실수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진상조사위원회의 민주당 측 인사들은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WSJ가 지적한 사항들이다.

◇비상조치 발령자=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가 터진 날 밤 자신이 "피랍 여객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에 충돌한 직후 정부의 비상대응 계획을 발동시켰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연방수사국(FBI)이 했다. FBI 관계자는 진상조사위와의 인터뷰에서 "합동 테러작전 계획에 따라 테러 발생 즉시 백악관의 지시 없이 FBI가 비상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전직 백악관 직원도 "부시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을 선포한 것은 9월 14일이었다"고 증언했다.

◇대통령 전용기에 대한 위협=체니 부통령은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서 그런 위협을 보고받고 워싱턴으로 향하던 에어포스 원의 진로를 네브래스카주의 지하 벙커로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비밀경호국의 백악관 당직 요원들은 그런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측은 "당시 백악관 벙커에는 갖가지 첩보와 소문이 난무하는 상황이었다"며 실수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 공군의 늑장 대응 논란=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 측은 외부 공격 차단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9.11 당시 뉴욕이나 워싱턴 인근에는 출동태세를 갖춘 전투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버지니아주 랭글리 공군기지의 전투기들을 바로 출동시켰다면 워싱턴 국방부 건물 피습사태는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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