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원 구하기 별따기…출마자 '나홀로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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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15 총선을 20여일 앞둔 요즘, 선거판에서는 '선거운동원 구하기가 어렵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금품 살포를 엄격히 제한하다 보니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후보 이름을 쓴 어깨띠도 후보 자신밖에는 부착할 수가 없다. 명함 배포도 지하철 역 구내 등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하지 못한다. 후보자가 '발품'을 많이 파는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돈.조직 위주에서 이미지를 중시하는 미디어.온라인 중심으로 선거운동 모습이 변하고 있다.

◇선거운동원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제주시.북제주군 선거구에서 총선에 두번째 출마하는 B후보는 "최근에야 운동원 3명을 어렵게 구했다"고 말했다.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돈을 맘대로 쓸 수 없게 되자 운동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설사 후보 측으로부터 돈을 받아도 운동원 입장에서는 유권자에게 전달하기도 쉽지 않다. 언제 최고 5000만원의 포상금을 노린 신고꾼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후보들은 주민들과 식사하기도 여의치 않다. 대구 동구을에 출마한 P후보는 지난 15일 시내 한 음식점에서 향우회를 한 뒤 음식값을 내는 문제로 난처한 경험을 했다. "선거법 때문에 식사 비용을 참석자들에게 분담시켰더니 당장 '너무 빡빡하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실토했다. 그는 "차마 '잘 부탁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더라"며 곤혹스러워했다.

돈.향응 제공이 불가능해지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금단 현상'인 셈이다. P후보는 "이젠 조직을 가동하거나 금품살포가 불가능해 미디어 등 다른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발품'을 파는 후보들=선거운동원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구한다 해도 제약이 많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나면 3명까지 둘 수 있고, 선거운동 기간이라도 최다 25명까지만 등록이 가능하다. 어깨띠를 두르는 것도 후보 본인만이 할 수 있고, 명함도 개인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운동원이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이 대폭 제한된 것이다. 충남 부여에 출마한 K후보는 "건강한 내 다리가 최고 운동원"이라고 말한다.

하루 16시간씩 유권자를 찾아다닌다는 대구 수성구을 N후보는 "도대체 투표일까지 몇 사람이나 만날 수 있을지 마음만 다급해진다"고 말했다.

◇미디어.온라인이 활로=청주 상당구 Y후보는 요즘 유권자들을 만나고 선거 사무실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사이버 홍보 참모부터 찾는다. 다음날의 e-메일.홈페이지를 통한 홍보 전략을 세우고, 경쟁 후보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과거 같으면 '조직표'를 좌지우지하던 조직참모가 후보를'그림자 보좌'했지만 이젠 매체 참모가 우대받고 있는 것이다.

전국종합=강진권.정기환.양성철.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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