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혼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재협상과 관련해 정부와 한나라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 혼선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6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회의를 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과 관련한 재협상을 놓고 합의를 보지 못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향후 재협상할 여지를 남겨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 혼선을 키웠다.

이날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설명회에서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바로 재협상을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협상은 양국 대표단이 국제적·과학적 기준을 근거로 타결했다”며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이 변경될 만한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있거나,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가 변경돼야만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 정책관은 “다만 대만·일본·중국 등이 미국과 협상해 한국보다 유리한 수입위생조건을 체결하면 우리가 개정 요구를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달랐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당정회의 후 브리핑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졌다고 판단되면 미국과 재협의를 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재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강재섭 대표도 “만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된다면 수입위생조건이 현저히 달라지고, 조건이 달라지면 이미 체결한 위생조건을 고치기 위해 추가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날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산으로 둔갑해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전국의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한다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는 학교·직장·군대의 집단 급식소도 포함된다. 현재는 300㎡(약 90평) 이상 규모의 식당에서 구이용 쇠고기를 팔 때에 한해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다.

당정은 또 수입 쇠고기를 사용한 가공품에 쇠고기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국내 생산자를 처벌하기로 했다. 또 광우병 발생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집단 급식소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급식을 중단하기로 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