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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 서울도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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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에서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견됐다. 지난달 3일 전북 김제에서 처음 발생한 AI는 전남·경기도·충청·영남·강원도에 이어 서울까지 제주를 제외한 전국을 휩쓸고 있다. 현재까지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사례는 전국적으로 모두 34건에 달한다.

서울시 이성 경쟁력강화본부장은 6일 “서울 광진구 청사 뒤편에 설치된 자연학습장에서 폐사한 닭에 대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감정을 받은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광진구청과 인근 어린이대공원,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키우던 닭·꿩·오골계 등 가금류 337마리를 살처분했다.

이 본부장은 “철새가 서식하고 있는 한강시민공원과 중랑천 등을 이용할 때 조류와 직접 접촉을 피하고 먹이를 살포하지 말아 달라”며 “길거리에서 파는 병아리를 통해서도 AI가 확산할 수 있으니 구입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원도 춘천시에서도 이날 고병원성 AI가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됐다. 춘천시 사북면 오탄리의 농가 두 곳에선 최근 닭 56마리, 오리 2마리가 폐사했다. 강원도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하고, 도내 47개 재래시장에서 가금류의 이동 판매를 금지했다.

◇광진구의 ‘늑장 대응’=광진구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꿩 2마리를 사왔다. 자연학습장에서 다른 닭·오리·칠면조와 함께 사육되던 꿩 2마리는 지난달 28일 갑자기 폐사했다. 이어 이달 3일까지 꿩·칠면조·금계·닭 5마리가 잇따라 죽어 나갔다.

그러나 광진구는 3일 오후에야 수의과학검역원에 AI 감정을 의뢰해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수의과학검역원은 5일 오후 9시쯤 광진구에 AI 발생 사실을 통보했다. 이성 본부장은 “모란시장에서 사온 꿩이 가장 유력한 오염 경로로 추정되지만 정밀 역학조사를 해 봐야 정확한 경로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대공원도 비상=서울시는 광진구 청사 반경 500m에서 AI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 방역을 실시했다. 농림부 지침에는 AI 발생 지점에서 500m 이내를 ‘오염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은 광진구청에서 1.2㎞ 떨어져 AI 확산이 우려되는 ‘위험 지역’(AI 발생지에서 3㎞ 이내)이다. 서울시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출입 통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린이날 연휴를 맞은 어린이대공원에는 조류가 살처분되기 직전 사흘간 110만 명이 다녀갔고, 조류인 앵무새와 함께 사진을 찍는 공식행사도 열렸다. 공원 방역과 관계자는 “앵무새는 설치한 조형물에 앉힌 뒤 사진을 찍도록 해서 사람과 직접 접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원 측은 5일 오후에야 거위·청둥오리·칠면조·호로새·당닭·백한·꿩·금계·황금계·은계 등 조류 63마리를 살처분했다.

광진구청에서 10㎞ 이상 떨어진 과천 서울대공원은 닭 14종 157마리, 오리 2종 32마리, 거위 1종 32마리 등 17종 221마리를 살처분했다. 서울대공원은 모두 128종 1017마리의 조류를 보유하고 있다.

주정완·김민상 기자

◇고병원성·저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는 독성과 DNA 구조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나뉜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 가운데 75% 이상이 죽으면 고병원성으로 분류한다. 동남아·중국 등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사람에게도 전염됐지만 국내에선 아직 그런 사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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