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이 전한 북한의 새평화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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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평양을 다녀온 셀릭 해리슨이 전하는 북한의 새로운 평화안은 앞으로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남북관계와 北-美관계의 성격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북한이 구상하는 새 평화체계는 연초 미국의 방북단에 북한이 소개한 바 있는 北-美평화협정의 중간단계 조치를 구체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북한이 北-美 상호안보협의회의 실질적 운용과 함께 남북간 군사공동회의 가동 요구를 수용할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 표명이다.물론 북한이 두 차원의 관계를동시에 이행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군사적 측면에 서의 北-美관계와 남북관계를 병행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우리 정부에는 익숙한 북한의 행태이므로 북측의 구상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北-美간 고위 군사접촉이 시작될 경우 미측대표가 유엔사일원이라는 지위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북측 구상의 실현에 장애가 되고 있다.유엔사의 위상변화는 유엔안보리 결정에 의해 가능하며,안보리에 미국이 이를 제청하 기 위해서는 다른 이사국들의 입장 고려를 포함해 정치적 계산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주한미군의 전략적 의미에 대한 북한측의 해석이다.이제까지 간혹 비공식 창구를 통해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하는 북한당국자의 견해가 소개되곤 했다.
그때마다 남한의 군사적 위협을 염두에 둔 북한의 수세적 자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이해됐다.그러나 이번 해리슨을 통해 확인된특이사항은 북한당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중국의 군사현대화까지염두에 두고 한반도 주변의 세력균형을 거론하면 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현 정전체제가 무실화되고 있으며,이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北-美 군사당국자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대목이다.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불거져 나온 북한으로부터의 소식은 상당기간 우리를 긴장시킬 것이다.
[東京=吉炡宇 本社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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