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풍사고 벌써 잊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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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전불감증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시대병이다.행정당국의 무감각만 나무랄 일이 결코 아니다.기업주나 상인들은 그들대로,일반 시민들은 또 그 나름대로의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구청으로부터 붕괴위험 때문에 폐쇄명령을 받고도 영업을 계속해왔다는 서울광진구 성동백화점의 경우가 그 대표적 보기다.
삼풍백화점 붕괴참사가 불과 석달전의 일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똑같은 성격의 위험 때문에 건물사용 중지및 개.보수명 령을 받고도 백화점측과 입주상인들은 부분적이긴 했으나 영업을 계속해왔던 것이다.
백화점측은 업주들이 피해보상문제를 제기하며 항의하는 바람에 철수가 늦어지고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설사 그 말이 사실 그대로라 해도 사정도 모르고 드나들 고객의 안전은 어찌 되는가.백화점측은 물론,피해보상문제가 확실치 않다고 배짱좋 게 영업을 계속하며 버티는 입주상인들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집행을 제대로 못한 잘못은 있으나 구청이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건물사용 중지후 개.보수」 명령을 내린 것은 잘한 일이다.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은 백화점건물이 원천적으로 부실하게 지어졌기 때문이며,그러한 부실공사는 건축주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건축과정이나 준공허가단계에서 철저한 감독과 검사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물론 있으나 사후에라도 안전에 이상(異常)이 발견됐을 때는 이번과 같은 단호한 조처가 필요하다.
그래야 부실공사의 묵인이나 유도는 결과적으 론 더 큰 경제적손실을 가져온다는 인식을 건축주들에게 확실히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안전점검 결과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삼풍백화점이나이번 성동백화점과 같은 위험건물이나 건조물이 무수히 많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건물 뿐이겠는가.지난달 집중호우때 풍납.
신천.옥수.뚝섬 등 한강제방 7곳에 구멍이 뚫려 하마터 면 서울시내조차 큰 물난리를 겪을 뻔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고 있다. 삼풍참사를 참사로 끝내선 안된다.과연 그 뒤론 각종 공사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지,위험판정받은 건물들의 개.보수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당국은 성동백화점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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