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수입 10년 넘었지만 국내 인간 광우병 환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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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옛 포항공대) 생물학전문연구정보센터(브릭·BRIC) 홈페이지의 광우병 논란 토론방. 관리자는 “과학적인 토론을 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브릭(BRIC) 토론방에는 광우병 논란을 바라보는 과학도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다’ 혹은 ‘안전하다’는 일방적 주장과 달리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주장과 반론, 새로운 주장이 오간다. 이들은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해외 논문이나 통계 자료를 함께 제시한다. 논란의 핵심인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한가’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과학적인 검증을 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인의 인간 광우병 취약 논란”=‘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보기 힘든 현상이다. 많은 이가 김용선 한림대 교수의 논문은 인간 광우병(vCJD)이 아닌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JD)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두 병은 명백히 다르지만 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한국인의 취약성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맞선다. “VV형의 잠복기가 길어 나중에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적어도 ‘한국인이 광우병에 잘 걸리는 유전자를 가졌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다”(ID:abdc)는 분석과 “한국인의 유전형이 광우병에 취약한 것은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발병까지는 가지 못한다”(ID:피카소)는 주장이 함께 올라와 있다.

잠복 기간이 긴 광우병의 특성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통계 자료는 광우병 발생 후 30년 동안의 통계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위험성을 파악하기는 힘들다”(ID:bio23)는 것이다. “한국은 1996년 광우병이 인간에게 위험하다는 발표가 있기 전부터 꾸준히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왔지만 10년 이상의 잠복기를 지난 현시점에도 국내에 광우병 환자가 없다”(ID:tawr)는 반론도 제기됐다.

◇“미국 쇠고기 위험하다?”=모든 국민이 광우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가정’은 가능하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과는 다르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한 번 쇠고기 요리를 먹을 때 약 100억 분의 1로 보고 있다”(ID:푸른돼)는 것이 근거다. 많은 이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은 것에는 동의하지만 광우병에 대한 연구 결과나 자료가 아직 불완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프리온 단백질이 광우병을 일으키는 것이 제일 유력하지만 바이러스 혹은 다른 형태의 감염 원인 가능성도 있고 어떤 경로로 체내에 들어왔는지도 명확하지 않으므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수입 조건을 정해야 한다”(ID:stap)는 의견도 있었다. 과학도들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주장이나 ‘안전하다’는 주장은 모두 비과학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과학적으로는 ‘현재로서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위험은 불확실하다’는 게 정답이므로 나머지는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광우병 사망 환자가 발생한 것은 위험 신호다”=과학도들은 미국 내 인간 광우병 환자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근거로 위험성을 토론한다. 현재 미국 질병통제센터에서 확인한 환자 3명은 모두 영국 등 외국에서 감염된 것이므로 미국 내 위험성을 판단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지난달 사망한 22세 여성에 대해서는 인간 광우병이 사망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간 광우병은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보다 느리게 진행되는데 이 여성은 발병 후 3개월 만에 죽었다”(ID:rose)는 것이 그 근거다. 또 결정적으로 이 여성은 사망하기 전 위장우회술(gastric bypass:위를 잘라내 일부만 남긴 채 소장과 연결하는 수술)을 받고 뇌병변을 일으켰는데 수술 중 산소 부족 등으로 인한 후유증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광우병 환자의 발생률은 지극히 낮지만 치사율이 100%인 치명적 병이므로 정부 차원에서 국민 건강에 대한 예방 대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예방적 차원의 문제들을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희생시키고 광우병의 위험을 국민의 선택 문제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ID:endo)는 지적이다.

김은하 기자

◇브릭(BRIC)=한국과학재단과 포스텍(옛 포항공대)의 지원으로 1996년 5월 개설된 생물학연구정보센터. 이곳의 게시판은 젊은 생명공학 연구자의 정보나눔과 토론방으로 활용돼 왔으며 2005년 이 사이트 회원들이 활발한 토론과 문제 제기를 통해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루 평균 2만6000여 명이 접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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