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남기고 흙의 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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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작가 박경리(사진)씨가 5일 오후 2시45분쯤 폐암 등으로 별세했다. 82세. 오랜 세월 고혈압·당뇨 등을 앓던 그는 지난해 7월 폐암에 걸렸다. 그러나 그는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투병하다 지난달 4일 뇌졸중으로 쓰러져 서울 아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서 그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산소호흡기에 의존했고 이날 오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산소호흡기를 뗀 뒤 이내 숨을 거뒀다.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고인은 55년 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으로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에 단편 ‘계산’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토지』 『파시』 『김약국의 딸들』 등을 내놓으며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무엇보다 고인이 69년부터 94년까지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는 ‘광복 이후 한국 문단이 거둔 최고의 수확’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전 21권에 원고지 분량만 3만여 장에 이른다. 『토지』는 TV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가극·창극 등으로도 제작됐다.

이후 고인은 99년 강원도 원주에 토지문화관을 세운 뒤 지금까지 후배 작가들에게 창작실을 무료로 제공해 왔다. 96년 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보관문화훈장·월탄문학상·현대문학 신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기로 결정했다.

영결식은 8일 오전 8시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에서 열린다. 이어 원주 토지문학공원에서 노제를 지낸 뒤 이튿날 통영 장지에서 문학인장(장례위원장 박완서)으로 장례를 치른다. 유족으로 딸 김영주(62)씨와 사위 김지하(67·시인)씨가 있다.

고인의 임종을 지킨 소설가 박완서(77)씨는 “거인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충격이 컸다”며 “평화롭고 곱게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고인의 타계 소식이 알려지자 경남 하동군청의 직원 전원이 6일부터 애도의 뜻으로 검은 리본을 달기로 하는 등 전국적으로 추모의 행렬이 이어졌다. 02-3010-2631.

손민호·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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