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텔레콤, 미 이통시장 평정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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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독일 1위 통신업체인 도이체텔레콤(DT)이 미국 3위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넥스텔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WSJ는 “DT가 스프린트넥스텔을 인수하기 위한 검토를 하고 있다”며 “독일 통신시장의 경쟁이 격화하고 매출이 줄면서 해외시장에서의 추가 인수합병(M&A)을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DT는 2000년 이동통신 자회사인 T모바일을 통해 미국의 보이스스트림을 350억 달러에 인수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보이스스트림이 이름을 바꾼 ‘T모바일 USA’는 지난해 말 2840만 명의 미국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T모바일 USA가 5400만 명의 가입자를 가진 스프린트넥스텔을 인수하면 전체 가입자 수를 8240만 명으로 늘릴 수 있게 된다. 단숨에 미국 1위 업체로 뛰어오르는 것이다. 현재 미국 1위 이통사인 AT&T는 7100만 명, 2위 업체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67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WSJ는 DT가 스프린트넥스텔을 인수하는 데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다고 내다봤다. T모바일 USA는 유럽이동통신방식(GSM)을 쓰는 반면 스프린트넥스텔은 미국이 개발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쓰고 있어 통합 효과가 작다는 지적도 있다.

또 DT 경영진은 현재 그리스 통신업체 OTE의 지분 25%를 사들이는 거래를 마무리하느라 바쁘다.

2005년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와 4위 업체인 넥스텔이 합병해 출범한 스프린트넥스텔은 최근 경영 실적이 좋지 않다. 지난해 4분기에만 295억 달러(29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초 20달러를 웃돌던 주가는 최근 8달러 대로 떨어졌다.

경영난이 심화하자 지난해부터 M&A설이 계속 불거졌다. 지난해 9월엔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이 인수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지난해 12월엔 한국의 SK텔레콤과 미국의 사모펀드인 프로비던스 에퀴티 파트너스가 손잡고 50억 달러를 투자해 경영권을 갖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스프린트넥스텔 이사회가 거부했다.

한국 기업과의 관련도 깊다. SK텔레콤은 이 회사의 통신망을 빌려 2006년 5월부터 미국에서 ‘힐리오’라는 이동통신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프린트넥스텔과 함께 미국 동부 지역에서 ‘좀(Xohm)’이라는 이름의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 상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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