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로야구] 기억하십니까 … 조진호 5년 만에 선발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진호야, 테스트 받자.” 공익요원 조진호(33·사진)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전역을 앞둔 지난해 봄. 김태한 삼성 투수 코치가 그를 기억해 냈다. 조진호는 제대에 앞서 경산 볼파크(삼성 2군구장)에서 훈련을 시작했고 삼성과 연봉 5000만원에 입단 계약했다. 1998년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던 그로선 초라한 금액이었다. “낮에는 근무하고 저녁에는 운동하면서 새로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야구 팬들에게 잊혔던 조진호(삼성)가 4년 8개월의 공백 끝에 감격의 선발 승을 거뒀다. 조진호는 4일 대구 구장에서 치러진 2008 프로야구 한화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조진호는 한화 타선을 상대로 단 4안타만 내줬다. 직구 최고 구속 144㎞로 고비 때마다 정면 승부를 펼쳐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삼성은 1-0으로 앞선 7회 최형우의 솔로 홈런과 박석민의 2타점 적시타로 3점 더 달아나며 승부를 가름 했다.

메이저리그서 2년간 2승6패를 기록하고 2002년 한국 프로야구 SK에 입단한 그는 이듬해 4승5패, 평균자책점 5.20으로 크게 부진했다. “무슨 메이저리거가 10승도 못 해 내느냐”는 주위의 비난이 가장 힘들었다. 설상가상. 군 문제 해결을 위해 병역 브로커에게 돈을 건넸다가 결국 2004년 9월 구속돼 9개월간 실형을 살았고 지난해엔 오른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수술대에까지 올라야 했다.

두터운 삼성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지 못했던 그는 3일부터 시작된 9연전을 앞두고 삼성의 선발 투수 보강 계획에 따라 1군으로 올라왔다. 1군 승격 뒤 첫 경기서 따낸 선발 승은 SK 시절인 2003년 8월 22일 문학 롯데전 이후 4년 8개월 만의 승리다. 조진호는 경기 종료 후 “메이저리그에서도 승리 투수가 돼 봤지만 오늘같이 떨리지는 않았다. 선발 통보를 받고 어제 잠을 많이 설쳤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한편 두산은 잠실에서 LG를 8-3으로 누르고 4위로 뛰어올랐다. 우리는 SK를 6-1로 눌렀다. 광주 KIA-롯데전은 우천으로 순연됐다.

김성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