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순네쇼핑일기>국산세제 친절한 사용안내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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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며칠전 이웃집으로부터 전화가 왔다.외국 A회사의 방문판매원이찾아와 세제류.기초화장품에 대해 설명하니 구경오라는 것이었다.
A사는 91년 국내에서 영업을 개시하며 다단계(多段階)방문판매라는 독특한 영업방식 때문에 물의를 빚은바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서너명의 이웃 주부들이 모였는데 판매원은 세제류.치약 등A사의 제품과 국산품을 나란히 놓고 5~6가지의 간단한 비교실험을 해보이며 자기네 제품의 우수성을 선전했다.
특히 세탁및 주택용 세제를 설명할 때는 16절지를 세로로 반접은 것만한 크기의 「얼룩제거 안내서」를 내놓았다.4쪽으로 된안내서에는 「의류에 묻은 얼룩」「주방과 주택내의 얼룩」으로 나눈 다음 얼룩의 종류에 따라 각각 13~15항 목으로 분류해 제거법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껌.왁스.크레용에 의한 얼룩은 얼룩진 부분을 얼음으로 굳힌다음 긁어내고 암웨이 프리워시나 엘오시 하이삿 원액으로 닦은 후 세탁하라고 되어 있다.
얼룩의 종류에 따라 세제의 희석액에 담글 것인지,원액으로 닦은 다음 바로 세탁할 것인지,추가로 다른 조치가 필요한지 처치법이 꽤 상세했다.
모두 개구쟁이 아이들을 기르는 주부들 때문인지 운동화도 쉽게빨고 옷의 얼룩도 빼겠다며 두세가지씩 암웨이상품을 구입해갔다.
제품의 질적인 면에선 국산과 큰 차이가 없을텐데 상세하고 친절한 제품설명서.안내서가 큰 몫을 하는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같은 기능의 우리제품들을 꺼내놓고 살펴보았다.
㈜옥시의 옥시크린은 「의류의 얼룩제거」라 뭉뚱그려 40~60℃ 정도의 물2ℓ에 10을 녹인후 30분 정도 담갔다가 헹구라고만 되어 있었다.세탁한 후에 담가야하는지,담갔다 건져서 세탁해야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것이다.게다가 통뚜껑 의 용량은 15이어서 무심코 가득부어 쓰다보면 적정사용량을 초과하게 되어있다. 주방용 세제도 살펴보았다.제일제당의 참그린 리필제품은 빈용기에 따르는 법을 용기의 3분의2크기로 설명하고 있었다.
「흐르는 물일 경우 야채.과일은 30초이상,식기및 조리기구는5초이상,흐르지 않는 물은 물을 교환해 2회이상 헹구라」는 사용상 주의점이 시선을 끌기 어려운 작은 글씨로 아래쪽에 적혀 있었다.소비자들은 용기에 따르는 법쯤은 가르쳐주 지 않아도 아는데 본말이 뒤바뀐 셈이다.
「빈용기에 따르는 법」의 크기를 조금 줄이거나 요란하게 장식한 「더욱 좋아진 옥시크린」부분을 조금 줄인다면 따로 안내서를만들지 않아도 보다 상세하고 친절한 사용법,사용상의 주의점을 명시할 수 있을 것이다.소비자들의 애국심에만 호 소해 국산품만사용하도록 하는 시대는 벌써 지났다는 점을 기업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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