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관계 지금도 좋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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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18면

아바셴초프 대사는 “정권이 바뀌어도 러·한 관계의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러시아는 한·러 관계에 만족한다.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에서도 상호교류가 눈부시다.” 글레브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28일 인터뷰에서 “러·한 사이에는 이해 충돌이나 국경 분쟁 같은 게 전혀 없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양국은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고 공동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대사

-메드베데프 시대에 한·러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메드베데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8년간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 왔다. 따라서 취임 후에도 현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러시아는 한국의 우방이다. 양국 관계의 미래는 지극히 밝다.”

-한·미 관계가 최근 격상된 것처럼 한·러 관계가 진일보할 가능성은.
“러시아와 한국은 이미 최상위 수준의 포괄적 협력관계에 도달했다. 러시아의 대한 외교정책은 2000년 수립된 러시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외교정책 지침의 일부로 진행된다. 현재로선 이 지침을 수정할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안보를 위해 동맹을 만드는 것보다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임기 중에도 이러한 믿음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양국 정상은 언제 만날 것인가
“푸틴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을 때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는 초청 의사를 밝혔다. 메드베데프 당선인도 초청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재확인한 상태다. 취임식(7일)이 끝나면 방문계획이 구체화될 것이다.”

-한·러 간 에너지 분야의 협력 전망은.
“러시아를 자원·에너지 공급자로만 봐서는 안 된다. 물론 양국 간에는 천연가스·석유·석탄 등의 에너지 부문에서 많은 협력 산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말이다. 양국은 첨단산업 부문에서도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러 경제관계는 모든 영역에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무역규모가 1.5배 증가했다. 한국이 수입한 상업용 헬리콥터의 40%, 원자력발전소 원료의 40%가 러시아산(産)이다. 한국 최초의 소형 위성 발사체인 KSLV-1 개발 또한 러시아와의 협력 속에 추진되고 있다.”

-러시아가 소련이나 동구권에 속했던 나라들에 인기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발트해 국가를 제외하곤 나머지 국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열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경우에도 나토 가입은 지도자들의 입장과 달리 다수 국민으로부터 크게 지지를 받지 못한다. 일부 언론이나 인사들의 비판과 달리 러시아는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서방 언론은 러시아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18년 전 러시아가 민주주의를 선택했을 때 외부의 눈을 의식하거나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라마다 고유한 전통과 업무 추진 방식이 있다. 미국·독일에 좋은 것이 러시아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일본에선 같은 당이 계속 집권하고 있지만 일본을 민주국가가 아니라고 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시간대가 11개나 있는 나라다. 큰 영토를 다스리려면 러시아에 알맞은 정치 방식이 필요하다. 통합러시아당과 메드베데프 당선인은 인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바셴초프(63) 대사는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를 졸업하고 1967년부터 8년간 과학아카데미에서 일했다. 75년 외무부에 들어가 인도 관련 업무를 20여 년간 담당했으며 주미얀마 대사로도 근무했다. 한국에는 2005년 4월 부임했다. 푸틴·메드베데프와 마찬가지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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