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진화 … “보수 양적 팽창, 질적 다채로움으로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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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의원 200명 시대 글로벌 보수 노동계 출신 보수 풀뿌리 보수 멀티형 보수까지 그들은,개방을 말하고 시장에 주목한다 개발·안보라는 과거 보수 담론에 매몰되길 거부한다 레인보 보수시대 그들이 지금 진화하고 있다

보수가 대세인 세상이다. 18대 국회에서 보수 성향 의원들이 무소속까지 합쳐 전체 299명 중 200명을 훌쩍 넘는다.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과거엔 대북 강경 목소리를 내는 ‘안보보수’ 일색이었다. 17대 때 시장을 믿는 ‘시장보수’가 늘었다곤 하나 주도권을 장악할 정도는 아니었다. 충원 경로도 단선적이었다. 판검사나 교수 등 한 직종에 근무하다 배지를 다는 식이었다. 18대 당선인들은 다르다. ‘레인보(무지개) 보수’란 말이 나올 정도다. “보수의 양적 팽창이 질적 다채로움으로 이어졌다”는 게 중앙대 장훈 교수의 평가다. 한마디로 보수의 진화란 얘기다.

①첫 조기유학 정치인=한나라당 홍정욱(서울 노원병) 당선인은 조기유학 1세대다. 미국의 명문고 초트 로즈메리홀과 하버드대를 나왔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같은 길이다. 이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국제변호사 겸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일했다. 그의 당선을 두고 “조기유학 1세대가 마침내 국회에 입성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는 2일 “처음인 만큼 어떤 실적을 내느냐에 따라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선진국 정치와 경제를 봤던 사람으로 대한민국을 선도국(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선진국)으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②무늬만 변호사=조윤선 당선인은 스스로 ‘무늬만 변호사’라고 여긴다. 보통의 사시 출신과 다른 길을 걸어와서다. 변호사로서 기업 관련 업무를 봤다. 근래까지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겸 법무본부장으로 일했다. 그는 “금융산업에 있다 보니 전 세계의 다른 자회사에선 되는데 한국에서만 안 되는 게 많더라”며 금융 규제 완화에 의욕을 보였다. 고승덕(서울 서초을) 당선인은 사시·행시·외시에 모두 합격했다. 미국에서 7년간 공부하고 일한 경험도 있다. 요즘엔 주식투자가로 더 이름을 떨친다. 그는 “금융 등 경제적 전문성, 해외 경험을 이젠 나라를 위해 쓸 때라고 여겼다”며 “정책 부문에 몰두해 4년 내내 문제 풀기식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다양한 경험이 새로운 시각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③현실적 운동권=운동권 출신은 ‘명분’ ‘담론’에 강한 대신 ‘현실’엔 약하다는 게 통념이다. 김성식(서울 관악갑)·정태근(서울 성북갑) 당선인은 모두 구속 경험이 있는 운동권 출신이다. 그러나 동시에 광역 부단체장을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선지 이들은 현실적이다. 김 당선인은 “같은 10원을 쓰더라도 예산 투입 구조를 바꾸면 효율이 날 게 있다”고 말했다. 정태근 당선인은 한술 더 떠 “법안은 예산과 사회적 규제가 수반되는 것이다. 법안 발의에 신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예산 없이 개선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생활 정치에 관심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④풀뿌리 정치인=선진국의 정치인들은 보통 ‘풀뿌리’에서 시작한다. 기초의원에서 시작, 광역의원-국회의원으로 성장하는 식이다. 황영철(홍천-횡성) 당선인이 그런 부류다. 그는 1991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자마자 고향 홍천으로 내려갔다. 언 땅에 비닐하우스 사무실을 내고 군의원 선거에 도전, 당선됐다. 95년엔 도의원이 됐고 삼수 끝에 올해 국회의원 배지를 받았다. 그는 “18년간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 주게 돼 무척 고맙다”며 “앞으론 아름답게 물러날 수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⑤친기업 노동계 인사=친기업과 노동계 인사는 어쩐지 안 어울린다. 김성태(서울 강서을) 당선인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체신공제조합부터 시작, 강성 투쟁을 주도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란 전제에 동의하며 그러기 위해선 우리 자본만으로는 안 된다. 좋은 자본이 많이 들어와야 일자리가 들어오는 것”이라고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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