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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95년 톱스타 만남-엄앵란.체시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65년 中央日報 창간 당시 한국대중문화계의 최고인기스타였던 배우 엄앵란씨와 가수 최희준씨.그리고 30년뒤인 현재 이들의 뒤를 이어 인기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탤런트 채시라양과 그룹「룰라」.中央日報는 창간30주년을 맞아 대중문화의 어 제와 오늘을대표하는 톱스타들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註] 30년전 『청춘교실』『맨발의 청춘』『떠날 때는 말없이』등의 청춘스타 엄앵란(嚴鶯蘭.60)씨와 현재 방송과 영화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톱스타 채시라(蔡時那.26)씨.두 사람이 지난 17일 오후 가을햇살이 그윽하게 내려앉는 서울 장충동호텔신라에서 만나 정다운 대화를 나눴다.
▲蔡=뵙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전공 공부하는데(동국대 대학원영화전공 4학기)선생님 영화를 텍스트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어쩜 저렇게 풍부한 감성이 배어 나오는지 감탄할 때가 많아요.특히 『박서방』(강대진감독,김승호.황정순.김진규. 조미령등과 엄앵란 주연)에서는 그때 배우들이 우리세대들보다 보다 성숙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嚴=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었고 연기자들도 밥벌이하려고 몸뚱아리 돌보지 않고 연기했지.대본을 받으면 1주일이고 열흘이고 작품속의 사람으로 사는 거야.요즘 연기자들은 안으로 우러나오는 연기보다 겉으로 보이는 시각적인데만 중점을 두는 것같아.눈은 즐거울지 모르지만 마음은 움직일 수 없다고.
▲蔡=연예인이다 보니까 생활에 제약되는 것도 많아요.
▲嚴=「낙인」찍힌 여인의 부자유,내가 알지.나도 열아홉살 때부터 낙인 찍혔어.내가 결혼하던해 中央日報가 창간됐지.우리가족은 中央日報와 함께 성장한 셈이야(엄앵란씨는 숙명여대 1학년때인 55년 전창근감독의 『단종애사』로 데뷔,65년 11월 신성일씨와 결혼해 은퇴할 때까지 총 6백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蔡=저는 열다섯살 때 『학생중앙』의 상품을 타러 中央日報에갔다가 우연히 기자로부터 표지모델 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게 된 것이 계기가 됐어요.
▲嚴=정상에 있을 때 내려갈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해.시라도 산등성이에 혼자 덩그렇게 남아있는 심정이 들 때가 있을거야. ▲蔡=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영화를 많이 봐요.무용도 좋아하고요.그런데도 1년에 한두번 정도는 무언가 커다란 공허감 같은게 와요.우울하고 슬프고 괜히 눈물날 때가 있거든요.한번은 한강유람선을 타고 핫도그를 실컷 먹은 적도 있어요.
▲嚴=그럴 때는 유치한 행동도 약이 돼(웃음).사람들은 배우가 쉽게 일확천금을 하는 것으로만 보는 것같아 안타까워.영광 뒤에는 꼭 그만한 대가가 있거든.지난번 주말연속극 『아들의 여자』에서 카바레춤을 추었잖아,그 춤을 보고 있자니 율동과 시선이 50,60년대 가난한 환경 속에서 젊음 하나만을 무기로 온가족을 먹여살리는 여인의 것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蔡=선생님 평가가 너무 과분한 것같아요.그것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어요.「채시라가 어떻게 저런 춤을 출 수 있나」하는 것에서부터 『모래시계』를 의식해 고육책을 썼다느니…하지만 극중에 필요한 춤이었어요.
▲嚴=나의 경우는 각오를 단단히 한 여성의 비장함이 보여 좋았어.그래서 내가 시라를 좋아하는 거야(웃음).그런데 결혼은 언제 할거야.
▲蔡=지금은 일할 때가 제일 행복해요.
▲嚴=반짝하는 것보다 현란하진 않지만 오래 빛을 내는 스타가되라고. ▲蔡=선생님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부끄럽지 않은후배가 될게요.고맙습니다.
글=李揆和.사진=林榮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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