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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정기요금 너무 비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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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속철(KTX) 정기 승차권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여론다. 주 이용층인 대학생이나 직장인의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생색내기 용'으로 할인율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철도청은 최근 고속철도 요금을 확정하면서 대학생 통학및 직장인 통근 수요가 많은 서울~대전.천안 구간에 한해 월(月)정기 할인제도를 도입했다. 정상 요금보다 61.4%가 할인되는 정기권은 30일 왕복 이용 기준으로 서울역~대전역이 45만6000원(편도 1만9700원), 서울역~천안아산역은 26만4000원(편도 1만1400원)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서울~천안 구간의 경우 무궁화호 정기권 요금이 12만7200원(25회 왕복), 각 대학이 운영하는 셔틀버스 요금(20회 왕복)이 12만6000원인 것과 비교할 때 두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주간 수업일수가 대부분 4~5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월 30일간 사용권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효원(19.천안대 특수체육교육과 1년)씨는 "경기도 분당 집에서 셔틀버스로 통학하는 데 2시간 가까이 걸려 고속열차를 이용하려 했으나 학생 입장에선 요금이 너무 비싸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천안및 인근 지역 19개 대학 총.학장은 최근 "한달 사용 기준을 통학생은 20일로 낮추고 요금도 20만원 이하로 책정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철도청에 냈다. 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현재 천안.아산지역 11개 대학 재학생 7만8000여명의 75%인 5만8000여명이 수도권 지역 출신이다.

직장인들 또한 주 5일 근무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월 30일 사용권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역앞에 직장이 있는 전상돈(42.천안시 백석동)씨는 "천안의 집값이 수도권의 절반 수준밖에 안 돼 지난달말 전 가족과 함께 안산에서 천안으로 이사를 왔으나 앞으로 출퇴근비 부담할 일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열차로 대전 서구 둔산동 직장까지 출퇴근하는 김진철(32.서울 중구 만리동)씨는 "한달에 20여일밖에 출근하지 않는 데 철도청의 할인 제도는 현실을 무시한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도청 관계자는 "새마을호 등 등급이 낮은 다른 열차와 요금 형평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할인율을 더 높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내년에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되면 경영의 수익성을 더욱 염두에 둘 수 밖에 없어 정부의 비용 보조가 없는 한 할인 혜택을 늘리기 어렵다는 게 철도청의 입장이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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