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앙일보 창간30주년에 부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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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中央日報 창간 30주년.세월이 물같이 빠르게 흐름을 실감한다.1965년 中央日報가 창간된 그해,나는 팔팔한 청춘으로 휴전선에서 병역의무를 치렀는데 어느 사이 머리에는 백발을 얹었다.
65년 그해,韓日굴욕외교 반대투쟁이 격렬했고,이국(異國)전쟁에 참전한 「맹호부대의 노래」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그해는 또 제3공화국이 3년차를 맞아 朴정권의 개발독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연간 수출액 1억7천만달러를 달성했던 해이 기도 하다.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그해,연탄 한장 값이 8원50전이었다.산업화가 본격화되던60년대 중반 신문 하나가 창간된 것은 한국 언론사에 한 장을보탰다는 의미보다 다른 해석이 가능 하다.초기 산업화란 정보의효능이 극대화되고 정보를 통한 소통과 국제화가 무엇보다 긴요하기 때문이다.
中央日報는 유수한 기업인이 창간했기에 불편부당(不偏不黨),자유경제체제(自由經濟體制)지향,사회복지(社會福祉),문화주의(文化主義)를 선호했다.이농과 도시 집중의 인구이동이 활발하던 당시는 산업구조의 취약으로 삶의 질이 피라미드형을 이 룰 수밖에 없었다.中央日報는 향후 중산층 증대에 따른 달걀형 사회구조의 개편을 예견해 국가의 기간이 될 안정세력을 정착시키고 지원하는책무를 수행할 것임을 자처했다.
언론의 사명을 한마디로 요약한 「사회(社會)의 공기(公器)」란 말이 널리 회자된다.이 사회가 급변하는 시대에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의 잣대를 정확히 분석하고,그 지향노선이 정도(正道)인가 아닌가,그 걸림돌이 무엇인가를 집어내는 혜안이 언론이 맡은 중요한 기능이다.그런 점에서 中央日報는 창간 당시의 사시(社是)를 일관성 있게 실천해 오고 있다.中央日報가 창간과더불어 국민적 신문으로 성장하게 된 바탕은 무엇보다 공익성(公益性)을 앞세운 공기(公器)로서의 성실한 제작태도다.
신문마다 특색이 있고 개성이 있다.그래서 독자는 신문을 선별해 구독한다.中央日報는 한마디로 읽기에 「편안한 신문」이다.편안하다는 말 속에는 단점과 장점을 함축하고 있다.무색무취해 현상의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움이 덜하다는 단점이 있 는 반면 현상의 전후를 잘 여과해 독자들에게 편견 없는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준다는 교양적 성격이 장점이다.석간시절이나 조간으로 개편한지금이나 中央日報는 한결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세부기사까지 읽히게 하는 정다움이 있다.이 점이 선진 국 진입의 국민소득 1만달러를 바라보는 지금 시점에서 안정을 희구하는 중산층 성향에 부합된다.산뜻한 편집이 이에 일조를 함도 사실이지만 경제와 스포츠.오락.문화를 분리한 섹션편집은 독자의 그런 정보 충족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으로 中 央日報만의 특색이기도 하다.
영상매체의 급신장,정보의 홍수,급변 속에서의 무한경쟁시대에 발이 느린 활자매체가 그 속성을 극복하는 진로에는 특히 선발주자로서 신문의 사명이 더욱 막중해졌다.세계 유수한 신문이 도산을 맞고 있음도 이를 입증한다.「앎」과 「삶」이 동전의 양면이라면 신문은 앎의 정보에 보다 기동력있고 체계적인 제공매체가 돼야 한다.「현재」만이 아니라 「미래」의 전망까지 수용해반성으로서의 「현재」를 각성시켜줘야 한다.
창간 30주년을 맞아 中央日報의 알찬 발전을 기대해본다.통일.환경.복지.문화에 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해 진정한 「삶의 질」향상에 보답할 때 中央日報는 편안한 마음으로 읽히는 독자의 정다운 이웃으로 더욱 신뢰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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