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김 ‘꿈의 여정 50년’ 전국 순회공연 스타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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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 김이 8m 높이의 초승달 위에 앉아 뮤지컬 ‘캐츠의’의 ‘메모리’를 부르며 무대로 내려오고 있다. [PK프로덕션 제공]

“노래 없이는 못 살아.”

후배 가수 이승철과 함께 ‘그대 없이는 못 살아’를 부르던 패티 김(70). 즉석에서 ‘노래 없이는 못 살아’라는 후렴구를 만들어 부르며 3000여 관객의 흥을 돋웠다. 이 후렴구만큼 그의 50년 음악 인생을 잘 말해 주는 표현이 있을까. <관계기사 27면>

지난달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패티 김의 데뷔 50주년 공연 ‘꿈의 여정 50년, 칸타빌레’. 현역 가수 최초의 50주년 기념 공연의 시작이었다. 두 시간여의 공연은 국내 대중음악의 역사인 그의 음악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너무 짧았다. 하지만 관객 어느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엄청난 연습량과 자기 관리로 유지해 온 가창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소탈함에 중·장년 관객들은 열광했다. 2일까지 계속되는 사흘간의 서울 공연은 일찌감치 표가 매진됐다. 패티 김은 8m 높이의 초승달 위에 앉아 뮤지컬 ‘캐츠’의 ‘메모리(Memory)’를 부르며 무대로 내려왔다. 파격적인 도입이었다.

데뷔 때 모습과 일본·미국 활동 때의 영상 등 패티 김의 과거와 현재가 화면에 펼쳐질 때 배경 음악으로 ‘마이 웨이(My Way)’가 흘러나왔다. 정열의 붉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다시 오른 패티 김은 ‘마이 웨이’를 부른 뒤 “확실히 내가 걸어온 길은 마이웨이였다. 앞만 보고 걸어 왔다”고 말했다. 객석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팝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은 자신의 가장 열렬한 팬이었던 어머니께 바치는 노래였다. 이 노래에 가슴이 울컥했던 이는 패티 김만이 아니었다. 미국·유럽에 살고 있는 형제들이 동생이자 언니 ‘김혜자’의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먼 길을 왔다. 8남매가 모두 모인 것은 42년 만이다. 26년간 패티 김과 호흡을 맞춰 온 음악감독 겸 편곡자 조지 헤르난데스도 무대에 올라 패티 김의 스타일에 맞게 편곡한 ‘님은 먼 곳에’를 지휘했다.

패티 김은 작곡가 박춘석씨의 곡 ‘사랑은 생명의 꽃’을 부르기 전 그의 투병 사실을 언급하며 잠시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그는 또 전 남편 길옥윤씨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고 평한 ‘사랑은 영원히’와 신곡 ‘그대 내 친구여’(하광훈 작사·작곡)를 부르며 “50년을 함께해 준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말했다. 국악인 겸 배우 오정해와 함께 부른 ‘칠갑산’은 자신의 음악의 뿌리인 국악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공연이 끝난 뒤 중년의 여성 관객이 함께 온 친구에게 말했다. “패티 김을 봐. 나이 들었다고 기죽을 게 아니라니까.”

공연 내내 한 스태프는 ‘아기가 태어났어요’라는 피켓을 들고 무대 밑에서 대기했다. 딸 길정아씨의 둘째아이 출산이 임박했기 때문이었다. 패티 김은 공연 중 둘째 손주가 태어나면 이를 객석에 알려 관객과 함께 기쁨을 나눈다는 계획이다. 패티 김은 수원(10일·수원야외음악당), 대전(17일·충남대 국제정심화홀) 공연 등 연말까지 전국 투어콘서트를 계속한다. 02-522-9933.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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