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 부시 사이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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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백악관 연례 기자단 만찬에 해마다 꾸준히 참석해 왔던 뉴욕 타임스(NYT)가 지난달 26일 행사에는 불참했다.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NYT는 ‘기자와 취재원 간의 불편한 조합’이라는 이유를 댔다. 신문은 “백악관 만찬은 기자와 취재원들이 함께 어울린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며 “이는 우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므로 (참석은)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만 해도 NYT는 두 개의 좌석을 구입해 소속 기자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NYT가 올해 불참한 데는 부시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미국 언론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신문은 부시의 이라크 침공과 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 등으로 미국이 헤어나기 힘든 수렁에 빠졌다며 부시의 정책을 대놓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NYT의 해명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 언론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부시는 지난달 29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NYT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셰릴 스톨버그의 말에 대꾸하면서 NYT에 대한 불만을 간접 표출했다. 스톨버그가 “대통령과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단독 인터뷰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고 말하자, 부시는 “말문이 막히는군.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참석했더라면 당신을 (목장에) 초대했을 텐데”라고 놀렸다는 것이다.

CBS의 심야 토크쇼 진행자인 크레이그 퍼거슨은 NYT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퍼거슨은 지난달 26일 코미디언 자격으로 초대된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서 NYT의 불참에 대해 “웃기는 일”이라며 “뉴욕 타임스는 입 닥쳐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NYT가 불참 사유로 언론의 신뢰도를 거론한 데 대해 “그런 것은 제이슨 블레어와 주디 밀러에게 맡겨도 된다”고 비아냥거렸다. 블레어와 밀러는 조작된 기사를 써 NYT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기자들이다. 그는 또 “내 고향에서 발행되는 LA타임스는 감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밤 만찬에 기자들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WP는 30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 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신문사가 그동안 백악관 기자단 연례 만찬에 참석해야 하는지 논란을 벌여 왔다”며 “우리는 올해 만찬에 참석했지만 NYT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소개했다. 이 만찬으로 모은 기금은 백악관 기자단 운영과 언론 장학금 등으로 활용된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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