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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문화부 예산은 '눈먼 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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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99년 이후 5조원을 넘게 쏟아붓고 있는 문화.관광 지원사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어 감사원이 감사 중이라고 한다. 백제문화권 관광개발, 경북 북부 유교문화권 개발, 남해안 관광벨트 조성 등 대규모 사업을 하면서 예산 낭비가 많았고, 공무원과 관련 업체의 부당 거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문화예산 1%'배정을 반기며 야심 찬 관광 한국의 미래를 그려보았던 우리들로서는 참으로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다 할 천연자원을 지니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반만년 문화를 근간으로 한 관광산업은 21세기를 이끌어갈 유망주 중의 하나다. 그러나 그간 불행히도 가난과 무지.무관심으로 우리의 값진 지방 문화유산들은 내팽개쳐진 채 홀대를 받아왔다. 이제 또다시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도 내실을 거두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우리는 핵심 국책사업인 문화.관광 지원사업이 뒤뚱거린 근본 원인을 일의 수순이 뒤바뀐 데 있다고 본다. 구체적인 종합시행계획을 짜기도 전에 정치적으로 결정해 예산부터 배정받고 추진해 나간 탓이다. 그러니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방도는 아예 뒷전으로 미뤄두고 국고부터 받아 챙기겠다고 나섰던 것이 아닌가.

나랏돈은 '임자 없는 눈먼 돈'이 결코 아니다. 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눈물이 들어있는 우리의 세금이다. 이런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는커녕 건물 고증 등 준비가 너무 부실해 보수비용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각 집이 적당히 나눠갖는가 하면, 돈 들여 꾸민 것이 오히려 보수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한번 잘못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문화재 복원이라는 것을 관계당국들은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감사원은 이제라도 철저히 감사해 국고를 우습게 안 이들에게 철퇴를 내려야 할 것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사업 시행주체인 지방자치단체와 사업 감독의 의무를 진 문화관광부 관계자들에게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