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창조 정신 깃든 세계인 문화공간 만들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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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선생의 창조와 혁신 정신이 깃든 곳으로 꾸려나가겠습니다.”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초대 관장을 맡은 이영철(51·사진) 계원조형예술대학 교수가 30일 밝힌 포부다. 생전에 백남준이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이름지은 아트센터는 이날 완공 기념 행사를 열었으며, 10월 개관한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은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서 공부하고 독일과 미국서 ‘플럭서스 운동’으로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다 미국에서 사망했다.

이 관장은 “백남준 선생의 정신을 외면한 채 비디오·미디어만 얘기하면 안 된다”며 “그의 정신에 따라 장르·국적을 비롯한 경계를 없앤 운영을 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트센터는 단순히 백남준을 기리는 기념관이나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계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아트 페스티벌을 여는 등 ‘문화 매개 공간’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힘으로 국제적 기획전을 치르고 싶다”며 “이는 세계적 아티스트인 백남준 선생의 명성 덕분에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트센터의 ‘경계 허물기’는 일단 인적 구성에서 시작된다. 6월 독일·포르투갈·루마니아 출신의 큐레이터 3명을 영입할 예정이다. 학예실장 채용에도 국적을 가리지 않을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백남준 예술상’을 지정해 국적과 작품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그랜드 피아노 모양의 건물 또한 ‘문화 매개공간’이라는 개념에 맞게 설계됐다. 유리로 덮인 지하 2층, 지상 3층의 건물은 주변의 자연경관을 반사해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문다. 이날 완공 행사를 위해 방한한 설계자 마리나 스탄코빅은 “백남준 아트센터는 작가의 유해를 모시는 사찰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왁자지껄하며 모이는 수퍼마켓 같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아트센터엔 ‘굿모닝 미스터 오웰’ ‘TV 부처’ 등 주요 작 60여 점과 2300여 점의 아카이브가 구축돼 있다. 이 관장은 “지금은 작은 연못에서 출발하지만 곧 드넓은 대양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진경 기자

백남준아트센터 준공 기념행사가 30일 열렸다. 왼쪽부터 권영빈 경기문화재단 대표, 서정석 용인시장,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김문수 경기지사, 노르베르트 바스 주한 독일대사, 설계자 마리나 스탄코빅, 임창렬 전 경기지사, 송태호 전 경기문화재단 대표. [경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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