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JP의 "病床정치"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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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가 18일에도 당사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긍규(李肯珪)비서실장을 통해 19일 당사에 출근한다는 말만 전했다.
李실장은 약속이 깨진데 대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오늘당에 출근한다는 말은 내 판단에서 한 말』이라고 강변했다.자민련은 金총재의 당무 복귀일자와 관련해 벌써 세번이나 공식.비공식 거짓말을 한 셈이다.
사실 金총재가 당사에 언제 출근하느냐는 문제는 별로 중요한게아니다.정치인도 인간인 이상 몸이 아플 수 있다.쉬고 싶은 때도 있을 것이다.
다만 金총재의 칩거와 관련해 사실 확인이나 해명 없이 의혹만증폭시켜온 金총재 본인과 자민련에 대해선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수 없다.
우선 金총재는 공인(公人)이다.
그동안 金총재는 주변에서 무성하게 제기된 중병설에 대해 측근을 통해 부인만 했지 아무런 사실도 확인해주지 않았다.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오히려 병상정치.정국구상등 소문만 무성하게 증폭시켜 왔다.
그의 침묵 앞에 국민들의 알 권리는 철저히 무시됐으며 그의 근황은 온통 베일에 가려져 왔다.그것이 정치 9단의 수였다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공인이고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표적 정치인이 2주일이나 넘도록 장기화되는 칩거에 대해 가타부타 해명이없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진짜 병에 걸렸다면 그 사실은 물론병명과 소요되는 치료기간등 전문의사의 소견등이 따라 나와야 한다.그가 공인이기 때문이다.
중병이 아니라면 더더욱 숨길 이유가 없다.
우리 정치의 고질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투명하지 못한 정치다.당장 金총재의 침묵이 불러오는 부작용은 적지않다. 그가 없는 틈을 타 당내에선 당직개편설이 흘러 나오는가 하면 지도부 불협화음설.당내 파워게임설등이 나돌고 있다.
여야가 14대 마지막 정기국회에 임하며 밀쳐두었던 민생문제등을 놓고 분주한 모습인데도 자민련은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보다는어수선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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