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시대명음반>모차르트 바이올린협주곡 "3번과 5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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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SP시대부터 수많은 명바이올리니스트들이 연주했던 이 유명한 협주곡의 녹음목록에 또 하나의 새로운 레코딩이 보태졌다고 해서주목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지 모른다.
80년대초 센세이셔널한 관심을 집중시켰던 안네-소피 무터의 그 유명한 녹음도 이미 그 의미가 반감돼버린 터에 그 명성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네덜란드 출신의 반 케울린의 출현이 획기적인 의미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물론그 판단은 아주 정확했고 그녀의 녹음은 아무런 극적 파장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고전음악이 대중음악과 다른 점은 애초 인기를 목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또 인기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예술성을 반증해줄 근거가 될 수는 없다.오히려 예술은 독창성과새로운 의미의 창출을 요구한다.그런 의미에서라면 반 케울린의 이 연주는 분명히 가치가 있는 음반이다.
그녀의 연주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주정적(主情的)인 흡인력이나거장적인 지배력에서는 옛 명인들과 비교할 수 없다.아르투르 그뤼미오처럼 유연하면서도 끝없는 정열이 지배하는 세련된 연주도 아니다.그렇다고 지몬 골드베르크처럼 명쾌하고 향 기높은 아취를느끼게하는 초인적인 명료함이 곡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녀의 연주에는 참으로 음악 자체를 사랑하고 음악을 위해 봉사하는 실내악적인 자세가 살아있다.대부분의 유명한 독주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연주처럼 전단(專斷)을 휘두르기보다 화합하고 조화를 추구한다.이는 아마도 모차르트 시대의 음악정신을가장 이해한 젊은 음악도의 고전적 음악태도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Phil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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