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정치? 생각해 본 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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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상하이 이마트 11호점 차오안점 오픈 기자간담회가 열린 창장점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상하이(중국)=뉴시스】

“결혼 계획은 아직 없다. 당분간 이마트 중국 진출에 전념할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29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차오안점(이마트 11호점) 오픈식이 끝난 후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부회장 취임 후 1년 반 만이다. 정 부회장은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 보였다.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고 점심은 닭가슴살과 단백질쉐이크를 먹을 정도로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몸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관리에 들어갔다"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이마트가 중국 내 탄탄한 입지를 마련하게 된 것과 2012년까지 중국 18개 지역에 70개 점포를 오픈한다는 계획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정 부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신세계 이마트에 대한 계획과 '최근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다소 꺼려할 수 있는 자신의 사생활까지 솔직하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마트 중국 진출 가속화하며 지주회사 전환

"솔직히 중국 이마트가 10년간 성장해온 속도는 실망스러워요. 성에 안차죠. 지난 해가 10주년이었는데 창피해서 따로 기념행사도 안 했을 정도입니다. 앞으로 10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1997년에 1호점을 낸 후 IMF 때 추가 오픈을 못하다가 2004년 2호점을 낸 상태. 2004년 이후에 다른 외국업체들이 이미 좋은 위치를 선점한 상태라서 '실기'한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현재 신세계 이마트 부지가 확정된 것만 2012년까지 70곳, 2014년까지 100곳을 확보할 것이라며 중국 내 이마트의 자리매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쟁상대인 롯데가 러시아까지 진출한 상황이지만 신세계 이마트는 중국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까지 신경쓸만한 여력이 없었다. 아직 시장조사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롯데가 러시아에서 성공하길 간절히 바란다"며 "올 연말쯤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돌아보면 시장 조사를 해볼 생각"이라고 이마트의 글로벌화에 대한 계획을 넌지시 밝혔다.

다른 기업과의 M&A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 전에는 내가 먼저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철칙"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신세계 이마트는 빠르면 내년 초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임을 밝혔다.

"신세계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겁니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저는 보다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는 게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희 부회장도 항상 10년 이후를 준비하라고 주문한다. 일종의 과제인데 쉽지 않죠. 현재 제 고민은 이마트의 진화입니다."

▲재혼 꼭 할 필요성 못 느껴

"결혼에 대해 어머니나 주위에서 서두른다거나 하는 것은 없습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일단 가정이 안정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예전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번 실패했지만 자식이 있고, 나름 안정된 상황입니다. 주위 가족들이 빈 안주인의 자리를 메울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홀아비로 혼자 살아도 구질구질하게 않게 부모님이 많은 배려를 해주시는 셈이죠.(웃음)"

결혼으로 또 다른 변화를 주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줄 지 의문인데다, 그토록 절실하지 않다는 것도 정부회장이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 그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리스크를 떠안고 싶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최근 불거진 미모의 여인과의 스캔들에 대해 "친한 사이로 지내는 사람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일축한 후 "아직까지 결혼 계획은 없다. 구체적인 계획이 생기면 가장 먼저 발표하겠다"고 소탈한 웃음을 띄웠다. 이어 "아무래도 저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자꾸 이런 소문이 나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덧붙였다.

▲정계 진출 의사는 전혀 없다

이번 총선을 통해 30대 선두주자로 홍정욱 전 헤럴드경제 대표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몽준 의원 등 또한 현대가 인맥들이지만 정계에 진출해 있는 상황. 그런 점에서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계 진출에 대한 뜻은 전혀 없어요. 전 앞장서서 하는 것이 싫어요. 훨씬 잘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정치하는 건 안될 것 같아요. 정치인하려면 재산공개 등도 해야하는데 이것도 문제되지 않을까요.(웃음)"

CEO 출신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 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장밋빛 전망을 안겨주는 것은 당연한 일.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막연한 기대감이긴 하지만, 어느 기업인과 마찬가지로 이번 정부에서 확실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거나 만나본 적은 없다. 받으면 많은 부담과 책임이 따를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이마트 11호점 차오안점 앞에서는 정 부회장과 구학서 부회장을 비롯해 이경상 신세계 이마트 대표, 중국 상해의 정부관료들이 함께 테이프 커팅을 진행했다. 이날 차오안점 앞에는 오픈 시간인 10시가 되기 3시간 전부터 200~300여명의 중국인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으며, 출구가 오픈되자 중국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JES]

상해(중국)=이현 기자 [tanak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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