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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단>보스니아사태 끝이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모든 전쟁엔 끝이 있게 마련이다.유고내전도 이 규칙을 벗어날수 없다.
평화협상과 전투가 반복되면서 유고사태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당사자들이 분할원칙에 합의한 이상 이제 각자가 몫을 챙기는 수순(手順)만 남았다 .
세르비아系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는 영토 욕심으로 유엔 안전지대를 공격,지난 91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똑같은 우(愚)를 범했다.
후세인은 당시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과동떨어진 분쟁지역에 자국 군인의 생명을 몰아넣지 않을 것이라고판단했다.
카라지치의 판단은 한동안 맞아떨어졌다.유엔 안전지대 스레브레니차와 제파가 함락됐는데도 국제사회는 매우 제한된 공습으로밖에대응하지 못했다.그러나 처참한 난민물결이 TV화면을 타고 전세계로 전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인종청소로 사라지 자 국제여론은분개하기 시작했다.빌 클린턴 대통령은 분쟁확산을 우려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직접 보스니아사태를 챙길 수 밖에 없게 됐다.
때마침 카라지치는 세번째로 유엔안전지대 비하치를 공격함으로써크로아티아의 역공을 받으며 오히려 인종청소의 제물이 됐고,중무장한 신속대응군(RRF)이 배치됨으로써 유엔군을 잡아 인간방패를 만들 수도 없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지금 사태해결의 열쇠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대통령이 쥐고 있다.세르비아系가 그토록 믿고 의지하던 밀로셰비치는 최근보스니아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밀로셰비치는 지금 「大세르비아주의」를 포기한 대신 접촉그룹의 권유대로 세르비 아의 절반만 차지하는「작은 大세르비아」에 만족하는 것같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세르비아系에 대한 공습과 함께 밀고당기는 협상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어쨌든 전쟁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세르비아系가 어떤 양보를 하든 그들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수혜자임에 틀림없다.자신들의 주장을 일부 포기하는 대가로 국경을 힘으로 변경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쟁은 분쟁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천명하고 있는 유엔헌장과 각종 외교문서들도 휴지조각이 돼 국제사회는 부끄러운 선례를 만들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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