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막는 헌법9조 지키자” 일본 젊은층‘9LOVE’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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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영구적으로 반대하는 일본 젊은이의 모임인 ‘9러브’가 29일 도쿄 시부야에서 ‘헌법 9조를 지키자’는 거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9일 오전 10시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澁谷)역 앞. 숫자 ‘9’가 앞뒤로 적힌 티셔츠를 입은 젊은 남녀 15명이 인파 사이를 오가며 양팔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특별히 구호를 외치거나 행인들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9’는 군대 보유와 전쟁 영구 금지를 명시한 ‘헌법 9조’를 의미하고, 양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드는 것은 헌법 9조를 사랑하고 지키자는 뜻이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젊은이들은 2004년 활동을 시작한 모임인 ‘9LOVE’의 회원들이다. 헌법 9조를 지키자는 의미에서 모임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일본 발음으로는 ‘구러브’가 된다. 이 모임의 대표 후지이 요시히로(藤井芳廣·29)는 “5월 3일 일본의 헌법기념일을 앞두고 헌법 9조의 의미와 중요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거리 퍼포먼스에 나섰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헌법기념일이 다가오면 ‘개헌파’와 ‘호헌파’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개헌파는 헌법 9조를 폐지해 일본의 군대 보유를 공식화하고, 무력이 필요하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에 맞서 호헌파는 마이크를 들고 거리에 나서 “개헌 반대, 평화헌법 유지”를 외친다.

후지이는 “헌법을 지키자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2003년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보면서 헌법 9조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러브 회원들은 호헌을 주장하되 주장을 강요하는 듯한 기성세대의 방식에서 탈피하고 싶어 ‘9’를 새긴 티셔츠나 카드를 활용하게 됐다고 한다.

후지이는 “목소리를 낮춘 대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며 “같은 또래 젊은이들이 ‘9’자를 보기만 해도 평화의 의미를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학생·회사원 등 평소 9명이 활동하는 구러브 모임은 이날 자발적인 참가자들과 함께 오전 10시 시부야를 출발해 오후 6시까지 7개 역 주변을 돌며 평화 헌법을 수호하자고 몸으로 호소했다. 일본의 헌법기념일은 1947년 헌법 제정을 기념해 48년부터 국경일로 지정됐다.

글·사진=김동호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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