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수해지원 제동 건 民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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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웅배(羅雄培)통일부총리는 3선의 현역의원이다.그에게 민자당은 친정이다.그런 羅부총리가 14일 친정에서 박대받았다.
그가 들고간 정부의 북한에 대한 수재(水災)지원안을 민자당은일축했다.
민자당은 적십자사를 통해 2백만달러규모의 지원을 한다는 정부안에 조목조목 이의를 달았다.
첫째가 시기였다.그러면서 충청도의 수해(水害)지역을 거론했다.이곳에는 아직 복구지원금이 한푼도 전달되지 않은 상태.
지원방침은 정해졌으나 추경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때문이다.
민자당은 다른 사람들은 양해해도 수해를 입은 농민들은 자신들보다 북한으로 먼저 지원금품이 가는 것을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둘째가 규모.2백만달러가 너무 많다고 이의를 달았다.미국이 지원한다고 한 2만5천달러와 비교한 것이다.
이자리에서는 일본의 고베(神戶)지진 당시 1백50만달러를 지원한 전례도 거론됐지만 먹혀들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한다.
세번째가 방법과 절차였다.북한이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정부가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자세로 보인다는 주장이었다.김윤환(金潤煥)대표는 금액의 과다를 불문하고 이런 모양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羅부총리는 혹만붙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이같은 협의결과 정부의 대북지원방침은 내용이 거의 없는 껍데기수준으로 축소됐다. 민자당이 이처럼 완강한 자세를 보인 것은 무엇보다 선거때문.섣부른 지원은 표를 달아나게한다고 보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쌀지원이 지방선거 악재가 됐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또한 민자당은 정부를 길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
당의 고위관계자들은 선거를 치러나가기 위해서는 당정관계를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공언해왔다.
이런 저런 이유로 민자당이 북한에 대한 수재지원에 제동을 걸었지만 수재지원 자체를 끝내 반대할 것 같지는 않다.
당내의 신중론자조차 쌀문제와 달리 수재지원은 재난구조의 성격이 있고 장기적인 남북관계나 동포애를 고려해서라도 도울 필요가있음을 인정한다.
외국이 돕겠다고 나서는 판에 동포의 심각한 재난을 방관하는 모습이 썩 좋게 비쳐지지만은 않을 것임도 알고 있다.
적극적인 지원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이날 당무회의에서 정재문(鄭在文)의원은『김정일(金正日)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동포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는 박명환(朴明煥)의원이 수재복구와 콜레라방역에 대한 지원을 당의 정책으로 검토해달라고 건의하기도했다. 한 소식통은 당이 시기와 규모.방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충분한 시간여유를 가지고 민간단체가 소규모로 길을 열어 지원의 성격과 규모를 확대시키는 방안의 수용여지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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