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찾아>MBC"제4공화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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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어.각하 제가 해치우겠습니다.』 고문으로 피투성이가 된 김형욱(백일섭扮)을 향해 차지철(이대근扮)이 권총을 뽑아들다가 멈칫한다.『…대사를 잊어먹었다.』 한바탕 웃음이 터질 순간이었지만 MBC-TV『제4공화국』제작진은아무도 웃지 않았다.
10.26직전 파리에서 납치돼온 김형욱을 박정희(이창환扮)가보는 앞에서 차지철이 직접 사살하는 장면을 첫 촬영분으로 찍은12일 오전 용산경찰서 지하사격장은 사소한 NG에도 웃음대신 신경질적인 한숨으로 대응하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최고권부내의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처음 극화한다는 점과 똑같이 10.26사태로 시작되는 SBS-TV『코리아게이트』와의 싸움이 본격화된다는 부담이 제작진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듯했다. 1회에 방송될 이날 김형욱 사살장면을 10.26직전 부마사태 소극대응으로 코너에 몰린 김재규(박근형扮)의 「꿈」으로 처리함으로써 김재규의 불안한 심리상태와 박정희의 김형욱 처단설을 간접묘사한다는 취지.
앞으로도 당시의 숱한 정치사건 미스터리들은 이같은 간접묘사로관련자들의 항의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단일프로로는 처음 자문변호사(이재후 변호사)를 고용해 대본을 사전 「검열」받는등 법정분쟁까지 대비하고있어 눈치볼 곳이 많은 정치극 제작현실을 드러냈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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