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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다른 오바마와 매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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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라크전에 반대한 몇 안 되는 미국인 중 하나인 오바마는 미군이 조속히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다수의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하는 것은 이라크인 스스로 자신들의 정치적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전 포로 경험을 가진 매케인은 고문 행위를 반대하고 포로 처우에 관한 제네바 협정을 존중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 의견이 다르지만 그의 외교정책이 부시 때와 급진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는 필요하다면 미군이 이라크에 오랫동안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라크 철수 반대뿐만 아니라 승리를 위해서는 병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데도 찬성한다. 매케인은 베트남전 패배로 상처를 입은 세대다. 그 때문에 또 다른 항복은 견딜 수 없다. 그는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패권정책을 지지한다. 이미 세계 방위비의 절반에 달하는 미국의 군사 예산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에 대해서도 찬성한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미국의 주적으로 여긴다.

매케인은 신보수주의자가 아니다. 강경·신속한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에서는 앤드루 잭슨(1829~37) 대통령의 성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매케인은 미국의 이익 증진을 위해서라면 강력한 수단까지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힘을 근저에 둔 외교정책을 이끄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논평가들은 매케인의 경험에 대해 말하지만, 경험이 그가 우둔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막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달 중동 방문 때 그는 알카에다가 이란에 있다는 사실을 이란이 시인했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시아파 국가가 수니파 테러 집단을 지원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매케인은 부시 대통령이 실행한 예방적 전쟁의 원칙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오바마는 이란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부시뿐만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의 정책과도 의견을 달리한다. 그는 잠재적인 적과의 대화에 어떤 금기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란인 스스로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오바마는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같은 극단주의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본다. 그는 미국이 더 중요시해야 할 곳은 알카에다와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라고 여긴다. 오바마는 세계가 깊은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무력의 사용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수단이 아니며, 오히려 긴장을 키울 뿐이라고 생각한다.

두 후보는 모두 이스라엘의 안전을 우선으로 여기면서 그들 스스로 이스라엘의 친구로 행동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스라엘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인 하마스와의 협상을 거부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분명히 매케인을 지지하고 있다. 오바마가 무력 사용을 지나치게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는 아마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다원적인 정책을 펼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의회와 압력단체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매케인은 자신의 정책을 펼치기가 좀 더 쉬울 것이다.

파스칼 보니파스
정리=하현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