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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창의성 살릴 기술교육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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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교육부에서는 일부 공과대학을 국책(國策)대학으로 지정해 향후 5년간 대폭적인 재정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올해는 학부(學部)교육보다 연구중심대학을 선정해 정부 재정지원을확대하고 동시에 산업체의 투자도 유인해 대학원( 大學院)위주 교육의 재정을 확충하는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이러한 기술인력 양성은 바로 국가경쟁력에 직결되고 아직도 낙후된 과학기술교육이선진화되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기술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공대 정원(定員)을 계속증원하고 있으며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그러나 기술인력 부족은 양적인 문제기 보다 질적인 문제기 때문에 공과계통의 졸업생을 더 많이 배출한다고 해 결되는 문제는아니다.한사람의 기술자라도 더 충실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여건과 교육과정이 중요하다.
가까운 장래에 선진국으로 진입할 우리나라의 산업체에는 점차「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자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자 교육을 위해 그간 외국대학에서 거론되고 있는 중요항목은 기초지식에 대한 철저한 이해,폭넓은 전공분야,대학교육기간의 연장 등 세가지다.
첫째,기술에서 창의성을 배제하면 기능이 된다.변화하는 기업여건에 계속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과학 기초지식에 대한 튼튼한 이해가 필수적이다.기초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선 강의를 통한학점 취득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물리적 원리를 실험실에서 미리계획된 조건 아래 실험을 통해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험을 통하지 않은 이론적 이해는 학생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므로 학생 스스로 독창적인 이론을 전개하는데 필요한 튼튼한기반이 되지 못한다.그러므로 실험과목의 이수에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든다 하더라도 대학교육의 개선을 위해서는 교육용 실험시설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둘째,복수전공(Multi-discipline)이나 전공분야 사이의 교류(Inter-discipline)가 최근에 와서 강조되는 이유는 산업체의 상품이 복합적으로 발전하는데 있다.자동차에 전자장치가 내장되는 비율이 커좼고,전자상품의 품질.가격 경쟁력이 강화돼야 하고,모든 제품에 신소재가 도입되고,생산과 판매가 동기화(同期化)돼야 효율적이 되는 등 과거의 기계.전자.재료.산업공학 분야등이 이제는 현장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때문에 학교교육도 그런 방식으로 이루 어지는 것이 학생들에게 산업기술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게하는데 유리하다.
더욱이 학교시절부터 다른 전공분야의 학생들과 자주 접촉해 연구가 이뤄지면 창의적인 발상의 기회도 많아지고,사회 진출 후에도 기술자간에 네트워크가 저절로 형성되는 이점도 있다.미국에서대학원교육에 몇 科의 협동연구과제나 어느 科에도 속하지 않는 연구과제가 인기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셋째,독립적인 기술자로 일할 수 있으려면 4년제대학 출신도 산업체 현장에서 2~3년의 경험이 있어야 하므로 창의적인 일을하기 위해선 현장경험보다 잘 계획된 학구적인 분위기에서 2년 이상의 연구경험이 더욱 중요하다.재학기간이 길어 지면 교육비용이 증가하나 산업체 내부 훈련기간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고급기술자 교육을 대학원까지 연장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더 경제적인 셈이다.
연구중심대학 교과과정은 산업체의 고급기술인력 수요를 감안해 창의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현재 교육부에서 권장하는 전공계열학과 통폐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복합전공학과 개설도 바람직하다.이러한 복합전공 과정은 우리나라 의 미래산업구조에 적합해야 하고 앞으로 심각하게 다가오는 환경복지문제도 고려해 우리 여건에 맞는 독특한 방향으로 설립돼야 한다.
〈대우전자회장.工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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