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등 잇단 사망 벼량끝 이라크 후세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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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위와 딸 등 측근들의 망명으로 벼랑끝에 몰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정권유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미국이 이라크 권력층내 골육상쟁을 후세인 축출 기회로 판단해 다각도의 이라크 「목조르기」에 착수했기 때문이다.미국 의 후세인 축출작전은 경제봉쇄.군사행동등 대외적 압박공세와 쿠데타 유도등내부공작으로 대별(大別)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8일 유엔안보리 이사국들을 부추겨 지난 91년부터 실시해온 對이라크 경제제재를 또다시 60일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이라크가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는등 전쟁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명목상 이유지만,그 저변에는 경 제봉쇄로 야기된 이라크 국민들의 불만을 한껏 고조시켜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걸프해역에 2만2천여명 병력과 대규모 함대를 파견한 데는 내부불만을 인접국 침략으로 해소시켜온 후세인의 상투적 수법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이와 함께 미국은 이라크 재야세력에 대해 후세인 정권타도를 공공연히 촉구하면 서 反후세인쿠데타 음모를 은밀히 추진해온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같은 공세에 맞선 후세인의 진화작업도 대내.외 양쪽으로 분리돼 추진중이다.먼저 대외정책은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등 인접국의 동정을 얻기 위한 외교공세에 집중되고 있다.전통적으로 親이라크 국가인 요르단은 對이라크 경제봉쇄의 예외국가 로 인정돼 그간 이라크의 유일한 원유수입국이자 물자보급 루트 역할을 해왔다.그러나 최근 미국이 요르단에 이라크와의 교역을 단절토록 압력을 넣고 있어 이라크는 이를 막는 데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암만에 파견돼 있는 1백명 이라크 외교관들의 대규모 홍보공세에 당황한 요르단 정부는 공관원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세인은 또 지난 9일 걸프戰 이후 이라크 각료로서는 처음으로 종교장관을 사우디아라비아의 회교회의에 보냈다.과거 사우디아라비아를 「아랍세계의 배신자」로 낙인찍어 국교를 단절했던 이라크가 외교적 추파를 던진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권력찬탈 위협을 제거하고 불만을 달래려는 강.온양책이 동시에 구사되고 있다.
美-이라크 양국의 대결이 어떤 식으로 끝날지는 아직 미지수다.그러나 집단망명 이후 한달이 넘도록 별다른 동요가 없는 점으로 미루어 시간이 갈수록 후세인 축출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런던=南禎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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