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민간 요법도 자격제 도입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현대 사회는 물질적 자산보다 국민 전체가 보유한 지적 정보의 양과 질, 즉 국민의 창의력에 바탕을 둔 전문 인력 양성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 인력 양성은 개인 삶의 질 향상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은 더 이상 정부나 정규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경제 원리에 의한 민간 부문의 역할은 더욱 중시돼야 하고 여기에 맞춰 우리 모두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모든 국민은 언제나 자신의 능력에 따라 원하는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학력보다는 개인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직업 수행능력을 평가받고 이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격기본법이 제정된 것은 바로 이러한 취지 때문이며 또 자격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법적.제도적 효과를 높이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침구술 등 전통의술은 우리 조상의 슬기와 지혜로 터득한 고유한 전통 민간요법으로, 우리 조상 대대로 건강을 지켜왔고 오늘날 첨단의학으로 치유가 불가능한 분야를 치료하는 등 그 우수성이 입증되고 있다. 1979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비정규 의료(토속의료)에 대한 알마티 선언 이후 선진 각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민간토속전통요법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침술뿐만 아니라 자연치료식물요법.안마사.재활 마사지.지압.기공.향기요법.음악치료 등 비정규 의료를 민간 대체요법으로 민간자격화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 캐나다.프랑스.독일 등 선진 각국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문화 살리기 운동이 전개되고 고령화 사회 도래와 의료개방 시대를 맞아 한방의학 보급 및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전통의술인 전문 인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전통 민간요법에 대한 민간자격을 인정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 수지침 등은 약을 복용하지 않는 자연요법으로, 위험성과 부작용이 없는 민간요법으로 국민건강 증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지압서비스 업소에서 근육통 호소자에게 엄지손가락과 팔꿈치 등을 사용해 근육이 뭉쳐진 허리와 어깨 등의 부위를 눌러 근육통을 완화해 주는 행위는 국민의 생명.건강 및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대법원도 인정했다.

전국 각지에서 범람하고 있는 무자격 행위를 방치한다면 국민보건 향상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다. 따라서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춘 교육과 공정하고 엄격한 출제와 채점을 통해 타당성이 인정되는 전통의학의 민간요법은 민간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 누가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고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느냐를 판단해 잘못된 법령은 즉시 개정해야 한다.

김진성 전 교육부 장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