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증후군 성장장애 치료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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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7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과 외래.저성장클리닉을 맡고 있는 김덕희(金德熙)교수가 나이에 비해 훨씬 키가 작은 崔모(14)양을 진찰하고 있었다.
『키가 작아 불편한 것이 뭐니』하고 金교수가 묻자 『아이들이숏다리.땅콩이라고 놀려요』라며 최양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진다.
『친구들은 벌써 가슴이 나와 부럽다』며 얼굴이 붉어진 이 소녀는 단순한 저성장어린이가 아니다.열서너살에 성장이 멎고 월경이나 유방발육등 여성으로서의 발달도 정체되는 터너증후군 질환을앓고 있는 어린이다.
원인은 염색체 이상 때문.정상여성은 X염색체가 두개로 구성돼있는데 터너증후군 여성은 이중 한개가 없거나 기형이다.따라서 난소발육부전으로 배란은 물론 여성호르몬이 결핍돼 아름다운 여성으로 성장하고 싶은 소녀의 꿈을 여지없이 무너뜨 리는 것이다.
평소 이같은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부모들이 지난달 24일 연세대 알렌관에 함께 모여 「터너환아를 위한 가족들의 모임」을 구성했다.세브란스병원(소아과 외래.(361)6168)을 비롯,서울대병원(양세원교수.(760)2 811)과 여의도성모병원(이병철교수.(789)1203)등에서 치료를 받고있는 2백여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모임은 金교수가 3년전부터 환자및 가족의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운영해온 「소녀들의모임」이 모태가 됐다.터너증후군의 발생률은 여성 2천~2천5백명중 1명꼴.특히 평균신장에 미달되는 저성장 어린이 4명중 1명은 터너증후군일 정도로 많은 질환이다.이처럼 환자가 많은데도적은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질병을 감추거나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 질환은 더이상 포기하는 불치의 병이 아니다.
성장호르몬과 여성호르몬 투여로 거의 정상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金교수의 치료를 받은 3명의 여성이 체외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한 사례가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문제는 치료시기.무관심하게 지내다가 성장기를 놓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金교수는 『터너증후군 어린이는 가슴이 넓고 양쪽 젖꼭지가 멀리 떨어져 있으며,목이 짧거나 턱이 작은 신체적 특징과 함께 중이염을 자주 앓거나 당뇨.갑상선질환등을 동반하는 수가 있으므로 이같은 증후가 나타나면 서둘러 전문의와 상담해 볼 것』을 권했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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