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벨라 압죽 여사 여성환경개발기구 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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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나는 이곳 베이징(北京)에서 여성들의 힘에 의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보고 있습니다.』 미국출신의 세계적인 여성운동가로현재 여성환경개발기구(WEDO) 의장으로 있는 벨라 압죽(76)여사는 9일 베이징국제회의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제4회 유엔세계여성회의가 여성지위향상의 실질적인 전기(轉機)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휠체어에 몸을 싣고 비정부간조직(NGO)포럼과 공식회의의 각종 워크숍을 누비고 있는 압죽여사는『이번 베이징회의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점은 세계의 수많은 여성을대표해 모여든 수천,수만의 여성 참가자들이 보여 준 자매애와 열성』이라며『이들이 남은 회의과정을 통해 모든 이견과 갈등을 극복하고 완벽한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10년전 나이로비에서 열렸던 제3회 여성회의와 베이징회의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나이로비 회의는 남녀평등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었다.
이번 베이징회의의 가장 큰 과제는 그 법적.제도적 평등을 어떻게 실생활 속의 평등으로 옮기느냐 하는 것』이라고 역설.
따라서 실질적인 평등의 실현을 위해 앞으로 각국 정부가 이번회의과정에서 여권신장을 목표로 공약한 내용들을 충실히 지키도록감시하고 압력을 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압죽 여사는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여성차별철폐조약(CEDAW)에 서명하고 있고 최근의 코펜하겐 사회개발정상회의.카이로 인구개발회의등에서 여성문제가 범지구적 차원의 중요의제로 다뤄지는등 이미 눈에 보이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만족 을 표시.
『한국정치문화연구소(소장 김정숙)의 초청으로 수개월전 한국을방문할 예정이었다가 다른 일정으로 취소돼 안타까웠다』는 그는 이번 베이징회의 주최국인 중국 정부에 대한 질문에는『언급하고 싶지않다』며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한편 압죽 여사는 평생동안 강연과 저술활동을 통해 여권 향상을 위해 헌신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7일 유엔여성발전기금(UNIFEM)이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제정한 제1회 UNIFEM賞을 오가타 사다코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등 과 함께 공동 수상했다.
[北京=申藝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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