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리더’가 각광받는 시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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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조지 W 부시(사진·左) 미국 대통령이 환경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임기 내내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 서명을 거부하는 등 환경정책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개의치 않던 부시였다. 그러던 그가 16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자동차 연비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그가 이처럼 달라진 이유는 여론 때문이다.

미국의 조사연구기관 퓨 리서치센터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37%는 환경문제를 지구촌의 가장 큰 위협요소로 꼽았다. 5년 전보다 61%가 증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6일 인터넷판에서 “부시가 이런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정책을 바꾸게 됐다”며 “환경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환경 지도자(The New Green Leader)’가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부시는 자신이 환경문제를 무시한 마지막 주요 지도자로 역사 교과서에 기록될 것이 두려워 태도를 바꿨다”고 꼬집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 미국 대선주자들도 앞다퉈 친환경 공약을 주요 이슈로 내걸고 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고든 브라운(右)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친환경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자신을 ‘그린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 7월 기후변화가 주요 의제가 될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도 환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도 ‘친환경 리더’의 한 사람이다. 뉴스위크는 청계천 복원을 예로 들면서 “정치인으로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된 것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을 친환경 도시로 만들려고 노력한 덕분이었다”고 지적했다.

환경을 도외시한 채 경제성장만을 쫓아온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을 잇따라 발표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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