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뮤지컬어워즈] 영화 무대냐 … 희곡 변형이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댄싱 섀도우

한국의, 세계인에 의한, 세계인을 위한 뮤지컬. 고 차범석 극작가의 희곡 ‘산불’을, 정상급 해외 스태프가 8년 간에 걸친 작업을 통해 세계 무대를 겨냥한 현대 우화로 탈바꿈시켰다. 한국전쟁 중 남북 대립하의 과부 마을 이야기는 전쟁통에 피폐한 인간성과 자연·문명의 대립으로 은유화됐다.

‘댄싱 섀도우’는 신시뮤지컬컴퍼니의 글로벌 역량을 집약한 작품이다. ‘갬블러’를 통해 인연을 맺은 작곡가 에릭 울프슨의 음악을 바탕으로 세계적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이 각색했다. 연출·무대미술·조명·의상 등 핵심 영역을 영국 웨스트엔드의 제작진이 공수해 만들었다. 이 같은 실험 뒤엔 차 극작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2006년 작고할 때까지 박명성 신시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해, 영어 제목부터 극의 결말까지 모든 것을 열어놓았다. 웨스트엔드 워크샵을 본 뒤에도 “내 딸을 시집 보낸 기분”이라며 한국 콘텐트의 세계화 작업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열일곱 그루의 대형 나무로 채운 무대와 현대무용·발레·탱고·포크댄스 등 다채로운 안무가 빛났다. 주제곡 ‘그림자와 춤을’(Dancing with my shadow)을 비롯,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음악이 국내 관객의 눈높이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싱글즈

“저 침대 실제로 구할 수 있을까요?”하는 질문이 쏟아졌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빨간색 하이힐 침대. 2m20cm 높이에 3m길이의 이 세트는 나난을 비롯한 대도시 독신 여성의 욕망을 한눈에 대변했다. 톡톡 튀는 트렌디 뮤지컬 ‘싱글즈’의 대표 아이콘으로서 오늘밤 시상식장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하이힐 침대 뿐 아니라 ‘싱글즈’의 소품과 무대장치는 스물 아홉살 싱글 남녀를 4인4색으로 이미지화했다. 나난·동미·수헌·정준은 각자 캐릭터를 상징하는 네 개의 문으로 등장했다 퇴장한다. ‘자기만의 방’에서 품었던 고민을 타인과 만나 풀어냈다가 다시 독립적인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영화에서 한발 나아가 네 남녀의 캐릭터(발랄·씩씩·세련·순정)를 균등하게 살렸고, 특히 각각에 알맞은 테마곡을 다채롭게 변주했다. 결과적으로 총 1시간 40여분의 공연 중 음악과 노래가 1시간 20분을 차지해 ‘드라마 속에 노래가 잘 녹아든 뮤지컬’로 꼽힌다.

세로줄 효과가 나는 조명으로 순식간에 구치소 철창을 만들어내는 장면과 정준과 동미의 ‘음주사고’ 이후 앙상블과 멀티맨이 기자회견 형식으로 두 사람의 속내를 들춰 보이게 하는 장면 등이 특히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초연 이래 흥행 레퍼터리로 자리잡았다.


▶라디오스타

영화 ‘라디오스타’(2006)에 감동 받은 쇼플레이 임동균 대표는 지난해 초부터 뮤지컬화 작업에 들어갔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대관을 신청하고, 올 7월쯤 자리가 나길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턱하니 잡힌 개막일은 올 1월 26일. 부랴부랴 서둘렀지만 두 달을 남기고 곡이 완성돼, 공연은 무대 위에서 완성도를 높여갈 수 밖에 없었다. ‘진화하는 뮤지컬’이라는 별칭까지 들은 작품은 막을 내릴 즈음에는 “라이브의 재미와 깊이의 감동을 살렸다”는 찬사를 얻었다. 영화의 유머와 페이소스를 유지하면서도 현장에서 체험하는 희로애락을 잘 살렸다는 평가다.

원작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얼개가 탄탄한 기반이 됐다. 한물간 록스타 최곤과 20년 지기 매니저 박민수의 우정을 그리되 무대의 속성을 역동적으로 구현했다.

영월로 떠나기 전 알프스 같은 마을을 상상하는 ‘원더풀 영월’이나 최곤의 라디오 방송을 듣는 영월 사람들을 한 무대에 담아낸 장면 등이 특히 돋보인다. ‘비와 당신’ 등 영화 OST를 재활용한 곡 외에, ‘별은 혼자서 빛나지 않아’ 등 추가된 뮤지컬 넘버도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