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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맛있게 즐기려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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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블링’이 뭐기에

빨간 살코기 사이에 하얀 기름 부위가 눈꽃처럼 촘촘히 들어가 있으면 좋은 쇠고기라고 한다. 이를 ‘마블링이 좋다’고도 표현한다. 쇠고기 등급을 나눌 때도 마블링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근육 사이에 침투한 지방이 고기 맛을 내고 수분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쇠고기 등급은 육질에 따라 1++, 1+, 1, 2, 3등급 등 모두 5개로 나눈다. 올해 1~3월 등급판정을 받은 한우 중 최상등급인 1++를 딴 경우는 6.9%에 불과했다. 1+ 등급은 19.1%, 1등급은 26.6%였다. 비싸다 싶은 쇠고기를 먹을 땐 한번쯤 등급을 확인해 보는 게 좋다.

쇠고기 등급에서 마블링을 중시하는 것은 우리 식습관 때문이다. 가령 고기를 두껍게 썰어 구워 먹는 서양인은 부드러운 송아지 고기를 최고로 치지만, 고기를 얇게 썰어 바로 구워 먹는 한국인은 맛을 중시하기 때문에 송아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숫소의 경우 15개월이 될 때까지 근육만 자라고 그 이후에야 지방이 생기기 때문에 송아지 고기는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 거세우가 맛있다는데

거세 숫소가 일반 숫소보다 맛있다고 하는 것도 지방 함유량 때문이다. 거세우는 비거세우보다 지방 함유량이 많다. 또 일반적으로 숫소는 18개월 이상 자라면 지방 증가 속도가 둔화되지만, 거세우는 30개월까지 꾸준히 지방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비거세우는 18개월 정도 키운 뒤, 거세우는 25~30개월 정도 키운 뒤 잡는다. 암소는 숫소보다 지방 함유량이 많다. 암소의 경우 두 번 새끼를 낳은 소의 육질을 최고로 친다. ‘한 번 새끼를 낳은 암소 고기는 맛이 덜하고, 세 번 이상 새끼를 낳은 암소 고기는 질기다’는 게 축산업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비거세우가 거세우 못지않다는 주장도 있다. 숫소 고기를 전문적으로 파는 전북 정읍 산외마을에선 “비거세우가 거세우보다 맛이 고소하고 육질이 쫄깃하다”고 주장한다.

국내산 쇠고기 종류는 한우·육우·젖소 고기로 나뉜다. 한우는 한국 고유 품종의 갈색 소로 국내 사육 소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육우와 젖소는 대부분 외국 홀스타인 종이다. 국내에선 소를 축사에 가둬 사료를 먹여 키우기 때문에 지방 함유량이 많다. 이와 달리 호주나 미주에선 소를 방목해 풀을 먹여 길러 지방보다 근육이 발달한다. 수입 쇠고기 맛이 국산 쇠고기보다 떨어진다고 느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소를 일정 기간 축사에 넣어 사료를 먹여 키워 수입 쇠고기 중에선 지방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높다.

3. 고기를 맛있게 구우려면

쇠고기를 맛있게 구우려면 자주 뒤집는 일을 삼가야 한다. 달궈진 불판 위에 올려놓고 빨간 육즙이 배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 정도 뒤집어 마저 익힌 뒤 먹는다. 자꾸 뒤집으면 육즙이 다 빠져나와 퍽퍽해지고 속까지 제대로 익지 않는다. 한우협회 임봉재 팀장은 “고기를 자꾸 뒤집는 것은 고기를 굽는 게 아니라 말리는 꼴”이라고 말한다. 고기를 숯불에 굽는 게 좋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스 불판의 경우 고기가 겉만 익고 속은 채 익지 않아 여러 번 고기를 뒤집어야 한다. 익기도 전에 잘게 잘라 굽는 것도 좋지 않다. 넓은 원형대로 구워야 골고루 익혀 먹을 수 있다.

구이용은 부드럽고 지방이 많은 등심·안심·채끝살이다. 소 전체에서 안심 부위는 2%, 등심은 10%, 채끝살은 2~3%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안심이나 등심의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움직임이 많아 근육이 발달한 다리 부위의 사태나 목심살 등은 질긴 편이다. 이런 부위들은 오래 끓일수록 연해지고 씹는 맛이 있기 때문에 찜이나 불고기·장조림 등에 주로 쓰인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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