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準농림지 규제완화후 전원주택지로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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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농사가 잘되는 땅을 제일로 치는 농촌에서 문전옥답(門前沃畓)이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땅값이 형편없기 때문이다.대신 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곡간답(谷間畓)이 오히려 상답(上畓)으로 둔갑하고 있다.도시사람들에게 전원주택지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저수지 물길이 바로 옆으로 나 있어 가뭄 걱정할 필요가없고 집에서 가까워 농사짓기 편한 문전옥답은 대부분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불가능하다.반면 준농림지로 개발규제가 없는 비탈밭에는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 있다.특히 비탈밭일수록 언덕받이에 자리잡아 전망이 좋기 때문에 집터로는 그만이다.
이에 따라 농업이 주업이던 시절 두배이상 차이났던 문전옥답과곡간답의 땅값도 역전돼 지금은 곡간답이 문전옥답보다 오히려 1.5~2배 정도 비싸게 팔리고 있다.정년퇴직자등 50~60대 들의 전원주택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경기도여주군 강천면도전리의경우 평지 상답이 평당 5만원선인데 비해 전망좋은 비탈밭은 8만원대로 1.5배 정도 비싸게 값이 매겨져 있다.가평읍마장리의경우도 마을앞 농림지는 마을뒤 비탈밭(평당 10만원선)에 비해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옥답과 곡간답의 값이 역전된 것은 지난해 4월 준농림지에 대한 개발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이 도화선이 됐다.도시사람들이 시골땅을 사 바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물량이 한정돼 있는데다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따라서 대부 분의 사람들이 집터로 전용이 가능한 비탈밭만을 찾고 있다.그러나 전망은 좋아도 진입로 등의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집터로 쓰일 수 있는 비탈밭의 물량도 많지 않다보니 값이 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이렇게 되자 현지 농민들도 자금 이 생기면 상답을 사두지 않고 전망좋은 비탈밭만을 골라 매입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만약의 경우 환금성이 보장될뿐 아니라 수익성도 훨씬 좋기 때문이다.심지어는 지난해초까지 농협에서 농민들을 대상으로 지원했던 저리의 농지매입자금을 대출받아 농사지을 땅은 사지 않고 준농림지 비탈밭을 사두는 경우도 많았다. 강원도원주시부론면손곡리에 사는 한 농민은 『농협에서 농자금 담보대출을 받으려 해도 농림지는 평당 3천원 밖에 쳐주지 않는데 준농림지는 1만원까지 감정가를 매겨준다』며 『상답이 오히려 재산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그러나 오로지 전 망이 좋고 개발이 쉽다는 것만 믿고 비탈밭을 매입하는 것이 반드시 현명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전원주택지 개발전문업체인 ㈜하이타운개발의 이형준대표는 『준농림지 논밭이 상대적으로 개발이 쉬워 수요가 몰리고는 있으나 농사짓기에 열 악한 땅은 사람이 살기에도 썩 좋은 곳은 아니다』라며 『집터의 필수조건인 식수원문제,건축허가상 기본조건인 진입로 확보 문제 등을 따져봐야 하고 마을에서 너무 외진 곳은 방범상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진입로 문제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농로를 그대로 이용하려다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고,따로 진입로를 개설하느라고 땅값보다 돈이 더 들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또 지반.지형상태를 감안하지 않고 땅을 선택할 경우 토목공사비용이 만만찮게 들어 평지의 대지를 구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를 빚을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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